한 동네에 어울려 살던 믿음의 형제들이 목사님 (임마누엘교회 이향안
목사)댁에서 개척예배를 드린 것이 벌써 여러해 전이다.

우리는 막연하게 정년퇴직을 하면 교회가 없는 깊은 시골에서 교회를
짓고 하나님을 전하며 우리손으로 지은 작물을 먹고 쓰레기 없는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며 친구들과 자녀들이 와서 쉬어갈 수 있는 농장을 꿈꿔왔다.

모든 것이 그렇듯 쉬운 일이라고 생각지도 않았고 제대로 된 농토를
만들기 까지는 대단히 고생스럽다는 것을 모르는 바도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에게 약 1년반전에 그런 기회는 소리없이 다가왔다.

개척교회 형제들과 함께 5천8백여평의 과수원에 씨앗을 뿌리고 열매를
수확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첫해에는 시기를 놓쳐서 농토에 풀이 무성히 자란후에 땅을 갈기
시작했다.

무릎까지 자란 잡초를 베며 뽑으며 땅을 가는 일은 너무나도 힘들었다.

씨를 깊이 심어야 하는지 얕게 심어야 하는지도 모르며 심은 것들이
자라서 열매를 맺고 김장까지 일부 담그고 난 다음에는 나도 이제
농사꾼이 됐다는 깊은 감회에 젖기도 했다.

옥수수씨를 심고 작년에 깎아놓았던 풀더미를 덮고 나서 다음주에 와보니
예쁘게 싹이 나왔다.

이제는 잘 자라고 있다.

우리 모임의 면면을 보면 모든이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이향안 목사,
연장자이고 주위를 편안케하는 장승일 집사, 철야기도는 빠지지 않는 이정숙
선인숙 집사, 요리솜씨가 일품인 이의정 집사, 농사일은 물론 온갖
풀이름까지 다 아는 서경자 집사, 운전솜씨는 따를자 없는 장원준 집사,
은혜롭게 기도하는 박숙희 권사, 김의신 집사, 미모를 지닌 김영실 집사,
큰일은 도맡아 하는 김세철 집사, 자상하게 모든 이들의 뒤를 봐주는
신홍수 집사, 찬양대를 헌신적으로 지도하는 장희재양, 솔선수범 하려고
애쓰는 남상숙 집사 등으로 임마누엘 교회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기둥들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