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증권화와 리스크 관리 ]

- 이종구 < 세종합동법률사무소 경제학 박사 >

기업들은 주식이나 채권의 발행 또는 은행으로부터의 차입 등 전통적인
금융기법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보다 효율적인 금융기법을 개발할 필요가
있는데 "국제증권화"가 한가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방법에 따르면 기업은 상품의 수출과 금융서비스의 제공 등으로 미래에
발생하는 외화(보통 미화)표시 매출채권을 이를 위해 특별히 설립된 회사에
매각하고 그 회사는 이를 담보로 투자자에게 유가증권을 발행한다.

매각된 자산은 기업의 파산이나 국가의 외환통제에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발행증권의 신용등급이 자국통화표시 채권보다 높게 되어 기존의 차입방식
보다 낮은 비용으로 자본을 조달할 수 있다.

국제증권화는 1987년 멕시코의 독점통신업자인 Telmex가 미국의 통신
업자인 AT&T, MCI와 Sprint 등으로부터 받는 국제전화접속료를 증권화한
사례가 처음이다.

Telmex는 지금까지 5회에 걸쳐 증권화를 통하여 약 18억달러를 조달하였는
데 자국통화 신용등급인 "A-"보다 높은 "A"등급을 받았다.

제조업체의 경우 철강 자동차 펄프 등 수출을 통하여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발생시킬 수 있는 제품이면 어느 것이나 증권화할 수 있으며 금융기관의
경우에는 국제신용카드 외화송금 리스 등 각종 금융서비스와 관련한 대출
채권을 증권화할 수 있다.

최근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국내 주택담보부대출채권의 증권화를 허용하고
내년부터는 주택담보부대출채권 중개기관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금융시장의 증권화를 위한 이러한 노력과 더불어 국제금융거래와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의 경제현실을 감안하여 국제 증권화를 통한 금융기법 발
전을 위한 제도적 개혁도 늦추어서는 안된다.

현행 외국환관리규정상 금융기관은 비교적 자유롭게 외화표시자산을
증권화할 수 있으나 제조업체의 증권화는 관계기관의 허가를 요하고 있으며
민법상 매출채권의 매각시 원채무자에 대한 개별적인 통지를 요하는 등
법규상의 제한이 적지 않다.

금융의 국제화시대에 걸맞는 과감한 법규의 개정을 통하여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여건에 우리 기업이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