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노동법이 빠르게 정착되고 있다는 노동부의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개정노동법에서 허용된 ''제3자개입''조항이 본래취지와는 달리
노조측의 압력수단으로 변질되고 있음은 그냥 지나쳐버릴 일이 아니다.

3자 개입이란 상급노동단체가 가맹 사업장의 임.단협상에 간여해
홍보물 제작, 노조원에 대한 상담 교육 등에 포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
하는 것을 말한다.

새 노동법이 3자개입 금지조항을 철폐한 것은 노조의 동맹파업등 적지
않은 부작용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잘만 하면 생산적인 노사관계정착
에 기여할수도 있다는 기대에서였다.

사실 3자개입은 운영의 묘만 살린다면 노조전임자 축소의 한 대안
일수도 있고 특히 노조 조직에 한계가 있게 마련인 중소기업의 노사교섭
비용을 줄일수 있는 긍정적인 면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최근 노동단체들이 보여주고 있는 3자 개입 형태는 법의 기본
취지에 어긋나는 것은 물론이고 ''해도 너무 한다''는 질책을 받을 만하다고
본다.

교섭과 쟁의에 들어간 단위사업장 노조들은 세과시용으로 수천 수만명의
산별연맹 소속 근로자들을 ''지원인력''으로 등록시켜 사용자측을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노동부 집계로는 법개정후 지난 23일까지 1백1개 사업장노조에 민주노총
산하 단위연맹 등 총 25만3천4백69명이 지원신고를 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인천 어느 회사의 경우 노조원은 3백30명인데 지원을 신청한
인원은 8만4천5백60명에 달한다고 하니 교섭을 하겠다는 태도라고는 도저히
믿을수 없을 정도다.

더구나 대우자동차 한국중공업 등 국내굴지의 대기업들까지 3자 지원을
신청하고 있다는 것은 새제도의 취지가 철저하게 변질되고 있음을 입증해
주는 단적인 예라고 하겠다.

현행 법에는 사용자가 위임받은 자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이유없이
거부하면 처벌토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나 사용자측이 노동계의 3자개입 ''인해전술''에 속수무책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교섭권 위임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또다른 이유는 교섭권을 위임받을수
있는 자격에 대한 애매한 규정 때문이다.

이로 인해 비합법노동단체등 무자격자들이 3자개입을 통해 실세를 인정
받으려 하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노동부는 하루속히 관계법령을 손질해서라도 사용자가 교섭을 거부할수
있는 대상을 명문화해 누구나 대리교섭에 끼어들 수 있다는 오해를 불식
시켜야 한다.

이와 관련해 우리는 교섭권을 위임받은 자의 교섭요구는 반드시 정당
해야 하며 그 정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사회통념상 납득할 수 있는,
민법상의 ''신의성실원칙''에 입각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번 임.단협상에서 새노동법의 기본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면 법개정에
쏟아부었던 그토록 많은 사회적 비용은 모두 물거품이 된다는 것을
노사는 물론 정부도 명심해주었으면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