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나이 40을 넘어서면 이런 저런 인연으로 맺어진 모임을 몇가지씩은
가지게 된다.

그러나 나에게 그중 가장 뜻깊은 모임을 들어 보라고 한다면 주저없이
군대 동기 모임인 ''구영회''를 들고 싶다.

1970년대 중반 가장 혈기왕성하던 시절, 함께 3년간을 지냈던 친구들,
30사단 90연대 본부대 출신, 비록 실전을 치르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내게 늘 전우라는 느낌으로 가슴 깊이 남아 있다.

군을 제대한지 벌써 20여년이 되었다. 이제 그 전우들은 모두 전국
각지로 흩어져 살고 있다.

그러나 구영회 모임이 있는 날이면 만사를 제쳐 놓고 한 장소로 모여든다.

이인제 경기도지사, 김미영 한국산업안전관리공단 국장, 김선수 내무부
사무관, 방화수 안성유선방송 상무, 김형두 롯데건설 부천사업부장,
홍관기 제일은행 차장, 조남영 삼성전자 부장, 박상덕 두영토건 소장,
김승욱 세원상사 대표, 홍덕화 대우증권 차장, 차태식 한화증권 지점장 등
23명이 구영회 회원이다.

보다시피 이제는 모두 사회의 한 분야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다진
중견들이 대부분이다.

구영회 모임안에서 사회의 위계질서는 일절 무시된다.

우리는 다시 그시절 그때로 되돌아 가서 20여년전의 일들을 화제에
올린다.

해도해도 싫증나지 않는 것이 바로 군대시절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만큼 우리의 스트레스를 확 풀어주는 것도 없다.

1995년 12월에는 구영회에서 아주 뜻깊은 행사를 가졌다.

우리가 근무했던 부대를 방문한 일이다.

당시 근무하던 동료나 선배들이 사단 주임하사 등이 되어 있는 모습을
발견했을때 우리는 너무나 놀랐다.

그날 우리 마음속에 일었던 감회를 어찌 말로 설명할 수 있으랴.

3년동안 국방의 의무를 다하여 청년기를 함께 한 우리 구영회 회원들
하나하나 소중한 가족처럼 느껴진다.

회원들의 대소사를 챙기고 사회사업도 함께 구상하고 실천해 나가면서
우리는 너나 없이 즐거움을 느낀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