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6.25 발발 47주년이 되었다.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지만 필자가 겪은 6.25는 인간의
모든 희망과 심지어 목숨까지도 앗아가 버리는 아수라장, 생지옥에 다름
아니었다.

우리는 6,25로 인해 파괴된 우리 삶의 터전을 복구하는데 엄청난 시간과
땀을 투자했으며 그것은 결과적으로 세계 무대에서의 상대적인 낙후라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속에서 6.25의 아픔은 점점 잊혀져가고 있고 직접
전쟁을 겪지 않은 전후 세대들에게는 마치 다른 나라의 얘기처럼 받아들
여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해 혹자는 안보불감증이라고 우려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쪽에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불행했던 과거에 대한 무관심으로 넘기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아직도 우리는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지구상에
남아있는 유일한 분단국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한반도는 지구상의 최전선이 되었고 한반도의 분단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라기 보다는 세계의 공통적인 과제가 되었다.

더구나 작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북한의 심각한 식량난으 지구촌의
관심을 더욱 집중시키고 있고 수위를 넘어선 그들의 경제불안은 정치적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무언가 근본적인 문제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다.

거기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을수 있겠고 또 주의해야 할 사항도 많이
있을 것이다.

더구나 상대는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공산 독재국가이고
보니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밝고 푸른 꿈과 희망을 먹으며 자라나야 할 어린이들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우리를 너무나 슬프게 한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동포애를 바탕으로 하는 인도주의정신이
무엇보다 필하다.

더구나 지난번 대한적십자사 대표가 원조물자를 직접전달했을 때
이를 인수한 북측에서 하룻밤 자고가라고 했다는 이야기는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며 우리를 더욱 고무시킨다.

역시 동포애는 살아있는 것이 아닐까.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