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현 < 숭실대 노사관계대학원장 >

21세기는 이미 시작됐다.

20세기에서 21세기로의 새로운 1백년이 시작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2000년대라는 새로운 천년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의 모습을 전망하며 이에 대해 실질적으로 준비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일들은 별달리 행해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필자는 21세기의 경제를 지식경제라고 정의하고자 한다.

어떤 사람들은 21세기경제를 정보화가 크게 진전되어 자료 문자 그림
음성 동영상 등이 디지털부호로 전환되어 컴퓨터에 저장되고 각 컴퓨터망에
광속 정보고속도로에 의해 전달되는 인터넷시스템을 강조하여 ''디지털경제''
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정보화가 진전된 21세기의 디지털경제에서는 인간지식의 창조적
이고도 자발적인 활용 응용 적용인 지력이 중시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지식경제라고 정의하여야 할 것이다.

지식경제에서는 정보화가 사회전체와 각 기업에 급속하고도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과정에서 네트워크(networking)화가 크게 진전된다.

구체적으로 기업은 정보고속도로로 연결된 인터넷을 본격적으로 이용함으
로써 네크워크화된 기업(inerneted business)이 된다.

즉 기업 각 부문인 제품설계 기계제작 부품구매 제조 출하 판매 서비스
등의 과정들간의 의사소통 정보교환 상호조정이 신속히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업부문간 직급간 직능간 장벽은 크게 허물어져 기업은 수평적
네트워크형이 되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관계도 정보통신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모기업과
하청부품기업간에는 전자자료교환에 의해 전자 JIT(적기납품생산)가
이루어진다.

국내기업과 해외진출 기업간에도 전자자료교환에 의해 설계 제조 판매등이
통합관리됨에 따라 세계화가 더욱 진전된다.

이와같이 기업간의 관계도 수평적 네트워크형으로 전환된다.

네트워크형 기업조직에서는 지식정보의 창조적 활용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21세기 시장경제는 본질적으로 지식경제라고 하여야 할 것이다.

지식경제로 나아가는데 필요한 인간유형은 ''협조적''개인이다.

물론 21세기 경제에서는 개인으로서 다양성과 창의력이 존중되며
정보와 지식의 활용 응용 적용을 행하는 자유의지가 가장 중시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21세기 수평적 네트워크형 기업에서는 각 계층이
축소되고 각 부문간 직급간 직능간의 벽이 크게 허물어지며 팀워크가
중시되기 때문에 팀의 일원으로서 협력하고, 회사전체적 입장에서
기업네트워트가 운영되도록 협조하는 개인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의미에서
21세기 인간형은 ''협조적''개인이라고 할 수 있다.

지식경제에서 사회통합의 이념은 ''사회적''자유주의이다.

21세기에는 자유주의를 가장 크게 진전시키며, 시장경제가 실패하는 부문,
예컨대 정보고속도로망및 해저광케이블이라는 신사회자본의 형성및 지식과
정보의 불평등한 분배에 의거하는 사회양극화의 심화 등에 국가가 적극적
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지식과 정보의 불균등한 분배에 의거하는 사회양극화 심화를
교육제도의 개혁에 의해 해결하는 관점, 즉 개인으로 하여금 장기간
교육과정에서 지식경제에 필요한 기술 지식 정보를 갖도록 하며 창의력을
갖되 협조성을 겸비한 개인을 형성시킴으로써 소득불평등및 고용기회불균형
등을 해결하는 관점을 우리는 ''사회적''자유주의라고 할 것이다.

21세기를 대비하여 정부의 ''사회적''역할도 중요하지만 실제로는 기업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우리나라 경제는 부실사업체 매각, 감량경영 등 구조조정기에 진입하였고
구조조정을 통하여 다시 회생할 수 있을 것이다.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21세기 지식경제에 대비하여 기업은 기업내부에
지식과 숙련을 갖춘 노동자를 형성시키며 이들로 하여금 창조적으로,
헌신적으로, 협조적으로 일하게 하는 유인체제를 도입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선진국과 경쟁할 수도 없고 후발국인 중국 태국 등과
차별화도 이루어낼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우리 기업들이 구조조정기에 있어서도 지식경제로의 원만한
이행을 준비하는 방안으로 다음 두가지를 권하고자 한다.

하나는 종업원지주제 또는 스톡옵션제의 전면확대이다.

구체적으로 불경기에 해고대상자의 임금은 5천만원이고 이 근로자가
해고된 후 자영업을 할때의 소득, 즉 기회임금이 3천만원이라고 할때,
이 근로자에게 임금을 감액하여 3천만원의 임금을 지급하되 그 차액
2천만원 상당의 주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주식배분제도를 통해 노동자의 헌신성과 충성을 유도하여
동시에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구조조정기에 지식경제를 대비하는
하나의 방법이 된다.

다른 하나는 기업내 협조적 노사관계 형성을 위해서는 근로자의 교육
능력개발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다룰 노사협의회 근로자측 전임자를
유급으로 하는 것이다.

노조의 일을 행하는 노조전임자의 경우 기업이 급여를 지급치 않는 것은
시장논리와 부합한다.

그러나 노사협의회 근로자전임위원은 기업의 일을 행하므로 유급화하는
것이 시장논리와 부합하며 이는 기업내 노사관계를 협조적으로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장치가 될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21세기를 대비하여 무엇보다도 기업이 구조조정을
행하되 스스로 협조적 노사관계를 형성하는 제도적 장치를 동시에
갖추어 지식경제에 대비할 것을 촉구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