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탈 때면 예쁜 액자에 넣어 걸려 있는 ''사랑의 편지''를 가끔
읽곤 한다.

삶의 무게에 지친 사람, 좌절에 빠진 사람 그리고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등 지하철을 이용하는 숱한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신선한 글들이 거기에 있다.

그 중 ''무릎꿇고 있는 나무''라는 글이 인상이 깊어 기억된다.

''로키산맥 해발 3천m높이에 수목 한계선인 지대가 있습니다. 이 지대의
나무들은 매서운 바람으로 인해 곧게 자라지 못하고 ''무릎꿇고 있는 모습''
을 한채 서있어야 합니다.

이 나무들은 열악한 조건이지만 생존을 위해 무서운 인내를 발휘하며
지냅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공명이 잘 되는 명품 바이올린은 바로 이 ''무릎꿇고
있는 나무''로 만든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영혼을 갖고 인생의 절묘한 선율을 내는 사람은 아무런
고난없이 좋은 조건에서 사는 사람이 아니라 온갖 역경과 아픔을 겪어온
사람입니다''

최근 우리사회 일각에서는 자녀에 대한 지나친 보호에 대하여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전철안에서 막무가내로 걸어다니며 떠드는 아이, 길거리에 아이스크림
봉지를 아무렇게나 버리는 아이들에 대하여 부모나 주변어른들이 타이르는
모습은 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지나친 자식 사랑이 나약하고 이기적이며 예의를 모르는 아이를 만든다.

지난날의 엄한 가정교육은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스스로 자립심을
키워나가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역할를 제대로 다하여 남과 더불어 살아
있도록 교육할 책임이 우리 어른들에게 있는 것이다.

어려움을 경험하고 단련이 된 사람은 과보호속에 자란 사람보다 역경을
잘 극복해내고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 대하여 너그럽고 따뜻한 마음을
갖게 될 수 있다.

얼마전 신분을 숨긴채 재벌 아버지의 재산을 물리치고 허름한 아파트에
살며 흑인빈민학교의 교사로 재직한 미국타임워너사 회장의 아들 조나단
레빈의 일화에서 우리는 무엇인가를 배워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