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6년 3월 스위스의 시바가이기와 산도스가 합병해 ''NOVARTIS''사가
탄생했다.

두 회사는 힘을 합쳐 제약부문 세계 2위, 농약부문 세계 1위의 새 업체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일본의 미쓰비시유화와 미쓰비시화성은 지난 94년 10월에 합병, 미쓰비시
화학으로 거듭났다.

이 미쓰비시화학은 최근엔 일본 합성고무(JSR)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
ABS(아크릴로 부타디엔 스티렌)분야에서 세계 4위로 올라섰다.

선진업체들의 이런 구조조정 작업의 키워드는 합병과 통합을 통한
핵심역량의 강화다.

기업과 기업간 또는 품목과 품목간 합병 내지는 전략적 제휴를 통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경제전쟁을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사업영역 국경 시간 등 다양한 의미에서 ''장벽의 파괴''를 일으키고 있다.

한마디로 모든 분야에서의 구조조정인 셈이다.

앞서가는 외국 기업들의 구조조정 사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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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폰은 지난해 11월 나일론 사업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감원과 설비투자를
골자로 한 ''리스트럭처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듀폰은 당시 3~4년내에 전세계 사업장에서 전체 근로자의 15%에 해당하는
2천8백50명을 감원한다는 슬림화방침을 내놓았었다.

회사측은 이 방침이 해고가 아닌 자연감소를 통해 추진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세계 화학섬유업계에서는 이것이 듀폰의 제2차 나일론부문
구조조정임을 잘 알고 있었다.

듀폰이 화학섬유부문 구조조정에 나선건 지난 93년.

일본의 아사히 카세이와 원료부문에서 공동사업을 벌이기로 합의하면서
부터였다.

듀폰은 아사히와 함께 아.태지역을 공략하는 동시에 영국의 종합화학회사인
ICI로부터 나일론 사업부문을 인수, 유럽지역에도 발을 넓혔다.

이런 과감한 움직임은 그동안 나일론과 폴리에스터 등 양대축으로 전개해
온 화학섬유 사업을 나일론 중심으로 전개한다는 차세대 비전이 바탕이 됐다.

듀폰은 그래서 폴리에스터부문은 미련없이 ICI에 완전히 넘겨버렸다.

대신 ICI의 나일론사업을 고스란히 넘겨받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그러니까 작년말 발표된 나일론부문의 슬림화는 폴리에스터를 버리고
나일론을 주력품목으로 정한 이후 질적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단행된
후속조치인 셈이다.

듀폰은 이와 동시에 앞으로 200년까지 1억5천만달러를 투자해 생산성
향상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올해안에 낙후된 장비를 교체하고 새로운 나일론 직조설비를
갖추기로 했다.

특히 그동안 벌여놓기만 했던 카펫 의류 등의 생산라인을 통합해 생산
단가도 계속 낮추기로 했다.

듀폰은 이번 리스트럭처링을 통해 모두 7억달러의 비용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듀폰은 나일론 사업뿐 아니라 각 부문에서 지속 성장가능한 부문은 집중
강화하고 그렇지 않은 부문에서는 과감히 철수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독일 바이엘그룹 계열사인 아그파-게바트그룹에 그래픽
필름을 포함한 인쇄사업부문을 매각하기도 했었다.

듀폰의 비주력부문 매각 계획과 핵심사업인 인쇄부문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아그파의 요구가 맞아떨어진 협력적인 구조조정 사례였다.

듀폰은 2천2백여명의 직원과 독일 영국 등에 있는 주요 생산시설을 매각,
경영혁신에 필요한 자원을 마련한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