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들이 안고 있는 "고비용-저생산성"은 대외경쟁력 상실의
주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최근들어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방면의 노력이 배가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경제신문과 AT 커니는 지난 13일과 20일 두차례에 걸쳐 "전략적구매"와
"DB마케팅"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그 내용을 간추린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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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가절감의 새로운 전략 ]

이성용 < AT커니 한국지사장 >

국내경제의 침체로 인해 많은 한국기업들은 원가절감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비용감축을 위해 임금동결과 같은 방법이 널리 이용되고 있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임금상승을 막는다고 해서 장기적으로 경쟁력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원가절감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그 해답은 바로 원가를 구성하고 있는 원가구조의 핵심을 공략하는 것이다.

대부분 제조업체는 물론 몇몇 서비스 업체들의 경우 새롭게 창출된
부가가치는 10%미만에 불과하다.

바꿔 말하자면 제품의 원가에 반영되어 있는 부가가치의 대부분이
공급업체에 의해 창출된다는 것이다.

무역업체의 경우 공급업체가 창출한 부가가치가 거의 1백%에 이른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해 볼 때 구매기능을 개선하지 않고 원가절감을
이룬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임을 알 수 있다.

이와같은 배경하에 제조업체 및 서비스업체들 사이에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경영혁신 기법이 전략구매이다.

전략구매 기법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구매기능을 보는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제까지 구매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가격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왔다.

이러한 인식은 더이상 받아들여질 수 없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이다.

이제 구매에 있어서도 다각적인 접근을 포함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게 되었다.

전략 구매에서 주로 이용되는 접근 방법은 6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는 물량집중(volume leverage)이다.

구매물량이 증가할수록 구매자의 협상능력(bargaining power)이 확대된다.

즉 기업이 서로 다른 부문과 사업부간에 일괄구매를 실시할 경우 구매관련
협상능력의 증대를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필요한 물품에 관한 정보를 단순히 수집하는 것으로 이러한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두 개의 공장이 있다고 가정하자.

공장A는 부품 X가 필요하고 공장B는 부품 Y가 필요하다.

이 두가지 부품은 겉으로 보기에는 달라보이지만 사실 기능상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구매부서 직원의 경우 부품X와 Y를 전혀 다른 두개의 부품으로 인식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기술 부서의 도움을 받을 경우 부품X와 Y가 유사한 부품이라는
사실을 파악한 후 같은 공급업체에 주문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또다른 방법으로 공급업체 통합(vendor consolidation)이 있다.

두번째는 최적의 총체적 가격(best total price)이다.

이 경우 핵심 단어는 총체적(total)이다.

상당수의 국내기업들은 여러 공급업체중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공급업체를 선택하는 것을 관행으로 하고 있다.

서구 기업들 사이에서는 더 이상 이같은 낡은 구매관행을 찾아볼 수 없다.

이제 서구 기업들은 가격이 아닌 부가가치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세번째는 글로벌 소싱(global sourcing)이다.

글로벌 소싱이 확산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기존의 공급업체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기존의 공급업체들과 관계를 계속 유지하면서 한푼이라도 가격을 깎기
위해 힘든 흥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마치 판도라 상자가 열린 것처럼 이제 새로운 구매기회가 무수히 쏟아지고
있다.

글로벌 소싱은 새로운 공급업체가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는 단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각각의 공급업체들이 제시하는 가격 및 원가를 비교 분석함으로써
공급업체들의 원가 구조를 충분히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각각의 원가에 대한 1백% 정확한 계산은 불가능하겠지만 글로벌 공급
시장을 연구함으로써 상당한 근사치를 얻어낼 수 있다.

네번째는 프로세스개선 공동 참여(joint process improvement)이다.

구매자와 공급업체가 공동으로 구매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공급업체로부터 부품을 사들이기는 하지만 공급업체의
기술을 활용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부품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당사자는 바로 부품을 만들고
판매한 공급업체이다.

항공산업의 경우 보잉이나 에어버스는 날개를 포함한 설계에 공급업체의
기술을 활용한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도요타가 경쟁우위를 확보, 유지할 수 있는 것도 부품 공급업체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한 덕분이다.

다섯번째는 관계개선(relationship improvement)이다.

공급업체와 구매자에게 모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양측이 협력하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법에서 중요한 핵심요소중 한가지는 재고 통제와 물류 관리에
있어서의 협력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소홀히 해온 물류 부문에서 특히 큰 개선효과를 올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여섯번째는 제품디자인개선(product design improvement)이다.

이 접근법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계획이 필요하지만 흔히 생각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아니다.

우선적으로 할 일은 구입할 부품 및 공급업체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이다.

부품 리스트를 작성하는 경우 기업의 자체적 기술인력 뿐만 아니라
공급업체의 엔지니어를 동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품을 설계하는 당사자는 그 제품의 가격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지는
않는다.

부품표준화는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에는 구매와 관련해서 어떤 표준도 채택되지
않고 있다.

미국 기업들간에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실상의 표준인 UPC(Universal
Product Code)도 한국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상태다.

이같은 표준의 부재는 화학 철강 물류 등 국내의 거의 모든 산업에
해당한다.

최근 국내에서 일고 있는 ISO인증 바람은 부품표준화는 등한시한 채
ISO인증의 일부에 부로가한 프로세스 및 문서화 등에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제 국내기업들은 ISO인증의 실질적인 혜택은 부품표준화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난 3년간 AT커니사는 26개국에서 평균 1천2백개 이상의 기업을 상대로
경영자문업무를 수행하면서 15~30%에 달하는 원가절감 및 이에 따른 이익
증대 결과를 이끌어냈다.

리엔지니어링처럼 장기간이 소요되지도 않고 6개월 이내에 이같은
가시적 성과를 얻어낸 것이다.

한국기업도 충분히 이러한 성과를 볼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