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0년대 한국축구의 대명사, 80년대 ''차붐'' ''갈색 폭격기''로 독일
분데스리가를 휘젓던 주인공 차범근(44).

슈퍼스타 출신의 그가 지난 1월 월드컵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지금, 그의 ''성적표''는 어떤가.

신진선수를 대폭 기용한 ''급조된 팀''을 이끌고 98 프랑스 월드컵 1차관문을
무사히 통과했다.

또 6년만에 97 코리아컵에서도 우승했다.

아시아축구연맹으로부터는 ''이달의 아시아감독''에 두번씩이나 선정됐다.

98 프랑스월드컵 1차관문 통과문제를 둘러싸고 온 축구계가 전전긍긍하던
5개월전에 비하면 평온을 되찾은 셈이다.

한마디로 ''차범근축구''는 ''성공적 출발''을 했다.

그의 축구는 매우 분석적이다.

독일에서 10여년간의 선수생활을 통한 경험과 서구의 합리적 생활방식이
밑바탕이 됐다.

그가 애지중지하는 노트북 컴퓨터에는 국내선수 5백여명에 대한 정보 등
각종 데이터가 축적돼 있다.

자료에 근거를 둔 전략 전술이 구사된다.

그러나 관중들에게는 "축구는 분석에 치중하면 재미가 없다"며 "부담없이
게임을 즐기는 여유를 가져 달라"고 당부한다.

어쩌면 그것이 ''차범근 축구의 폭''이 아닌가 느껴졌다.

97 코리아컵 축구대회가 끝난 다음날인 17일 동부이촌동에 있는 자택에서
차감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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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난 사람 = 김형배 < 체육부 기자 > ]


-아시아축구연맹(AFC)으로부터 지난 2월과 5월에 각각 "이달의 아시아
감독"으로 선정됐지요.

차감독의 어떤점이 평가된 것입니까.

<> 차감독 =지난 2월 대표팀 감독을 맡아 신인이 대폭 기용된 팀으로
각종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이 주요인이었어요.

5월의 선정은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을 통과하고 한.일전 등에서 새로운
한국축구를 보여준 것이 높이 평가된 것이겠지요.


-대표팀 감독을 맡은지 5개월이 조금 지났습니다.

그동안 어디에 역점에 두었습니까.

<> 차감독 =첫번째는 "지지않는 축구"입니다.

보는 사람이 재미없다고 생각해도 꼭 게임은 이기도록 선수들에게 강조
했습니다.

자꾸 지다보면 조직력이 허물어 지고 또 작전을 구사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선수들의 체력향상에 역점을 두었고 "조직속의 개인"을 주문
했습니다.

성적도 좋았습니다.

공식 비공식 경기를 합쳐 16승4무1패를 거뒀습니다.


-대표팀 사령탑을 맡으면서 줄곧 강조해온 "템포축구"란 무엇입니까.

<> 차감독 =현대 축구는 점점 스피디한 것을 요구합니다.

한 선수가 자신의 개인기에 의존해 공을 오래 갖고 있으면 더이상 게임은
이길수가 없습니다.

축구공은 물흐르듯 하면서도 빠르게 이동돼야 합니다.

그러려면 선수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되겠지요.

한마디로 말하면 "수비수도 공격력이 있어야 하고 공격수도 수비력이
있어야 하는 축구"를 말합니다.

이렇게 되면 탄탄한 조직력속에서 개인의 특성이 나오게 됩니다.

자연히 팀은 강해질 수 밖에 없지요.

이것이 차범근 축구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지난 16일 끝난 97코리아컵에서 2승1무로 우승을 했지만 아직도 수비가
약하고 미드필드진이 취약해 공수연결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 차감독 =완벽한 축구란 없지 않을까요.

특히 우리국민은 축구를 다소 편협적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이기고 지고를 떠나 항상 잘못한 점만 지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칭찬도 많이해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줘야 팀이 더욱 발전합니다.

사실 유고 가나 이집트 등은 강한 팀입니다.

특히 이들을 상대로 세트플레이로 5점을 얻은 것은 대단한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같은 사실을 부각시켜 잘못된 점을 희석시켜야 선수들 사기가 올라 좋은
성적을 거둘수 있는 것 아닙니까.


-지난 5월에 열린 한.일 축구교류전은 비록 비겼지만 게임내용은 일본에
뒤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습니다.

<> 차감독 =여러면에서 일본축구가 발전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일본팀은 언제든지 꺾을 자신이 있습니다.

교류전도 내용은 우리가 뒤졌다고 하지만 홈그라운드의 텃세만 없었다면
우리가 이긴 경기죠.


-10월말에 있을 98 월드컵 최종예선(10개국출전 3개국티켓)까지 대표팀을
어떠한 방식으로 이끌어 갈 계획인가.

또 온국민의 숙원인 월드컵 본선16강 진출이 가능할까요.

<> 차감독 =지금같은 상승세라면 월드컵본선진출은 물론 16강 진입도 자신
합니다.

신인들의 기량이 점차 향상돼 "템포축구"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죠.


-축구팀 감독으로서는 드물게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다닌다면서요.

훈련프로그램 일정 계획 그리고 5백여명의 선수에 관한 정보가 들어 있다고
하던데.

<> 차감독 =머리가 나빠 어쩔수가 없어요(웃음).

지난 93년에 구입해 경기가 없을때 틈틈이 기록해 놓은 것 뿐입니다.

한번은 대표팀 숙소에 불이 났는데 컴퓨터만 달랑 들고 뛰쳐 나왔지요.


-축구감독으로서 축구관, 인생관은.

<> 차감독 =농사 짓는 사람과 운동하는 사람은 일맥상통합니다.

농사가 씨를 뿌리고 땀을 내야 열매를 거둘수 있는 것처럼 스포츠 역시
그만한 노력을 들여야 좋은 결과를 맺지요.

축구도 마찬가지겠지요.


-장남 두리(17.배재고2)가 축구선수라는데 자질이 있는 것 같습니까.

혹시 축구를 한다고 할때 말리지는 않았는지요.

<> 차감독 =본인이 하겠다고 원했습니다.

5살때부터 공을 차기 시작했는데 재능은 있어 보이지만 부모 입장에선
아직 양이 안찹니다.

세찌(11.둘째아들)가 축구를 싫어해 매우 섭섭합니다.

아들 열명이 있었어도 모두 축구를 시켰을 것입니다.


-아내인 오은미씨가 차감독의 모든 스케줄을 관리하고 있다는데.

"아내 없는 차감독은 있을수 없다"는 말도 있습니다.

<> 차감독 =사실이 그렇습니다.

아내는 연예계에 비하면 제 매니저인 셈이죠.

차범근의 사령탑이자 작전 참모이기도 하구요.


-끝으로 한마디.

<>축구는 분석에 치중하면 재미없습니다.

흘러가는대로 게임을 지켜보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아울러 쉽게 보고 부담없이 즐기고 많이 칭찬해 주십시오.

< 김형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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