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모 <경희대 경영학부교수>

세계무역질서는 다자주의및 쌍무주의(bilateralism)가 혼재하고 있으며
WTO의 운용과 더불어 블록주의 또는 신(신)지역주의경향이 가속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 남미공동시장,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및 아시아 자유무역
지대(AFTA)의 확대 움직임이 활발하고 북미 유럽간 범대서양 자유무역지대
(TAFTA), 아시아 유럽간 아시아-유럽회의(ASEM), 유럽 남미간 자유무역지대
(EU-MER COSUR FTA)등의 대륙간 연계 자유무역구성도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기구(APEC)도 지역내 무역및 투자자유화를
논의할수 있을 정도로 발전하였다.

이러한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변화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역동적인 발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동북아지역에서도 단일경제권의
형성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동북아국가들은 인구규모, 1인당국민소득, 무역규모, 면적 등에서 아주
다양하며, 이러한 각국 경제의 다양성은 이 지역의 경제협력을 활발하게
하고 상호의존도를 증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먼저 동북아지역의 무역수지는 1980년 약 93억달러의 적자에서 90년에는
약 3백86억달러의 흑자로 전환되었고, 95년에는 흑자폭이 1천3백30억달러로
커졌다.

95년에는 동북아지역의 수출이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1.8%로,
EU의 세계시장 점유율 41.4%보다는 낮으나 NAFTA가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 18.2%보다는 높았다.

한편 동북아지역 수출에서 차지하는 역내 수출비중은 80년 19.5%에서 90년
28.1%, 95년 29.2%로 증가하여 동북아 국가간의 상호의존도가 높아졌다.

이는 95년 아세안의 역내수출비중 21.8%보다는 높았으나 NAFTA및 EU의
역내수출비중 39.9% 및 61.6%보다는 낮다.

80~95년간에 국가별 역내수출비중은 한국이 23.3%에서 33.7%, 중국은
49.6%에서 51.4%, 일본은 18.1%에서 25.2%, 홍콩은 13.6%에서 43.9%,대만은
20.1%에서 38.0%, 러시아는 7.6%에서 10.8%로 증가하였다.

한편 북한은 73.3%에서 43.9%로 역내수출비중이 감소하였지만 아직도
높은 수준이었다.

해외직접투자는 세계 전체적으로 빠르게 증가하였는데, 특히 동북아지역의
해외직접투자유입은 90년 약 91억달러에서 95년에 약 4백46억달러로 4.9배
증가하여 이기간중 세계전체유입 약1.5배 증가보다 3배 이상이나 되었으며
세계전체에서 차지하는 점유율도 90년 4.5%에서 95년 14.2%로 증가하여
동북아지역의 빠른 경제성장을 가져오게 한 중요한 요인중의 하나가 되었다.

동북아국가들의 해외직접투자유출이 동북아국가들에 투자되는 점유율은
80년 9.6%에서 92년 11.6%로 증가하여 동북아국가들의 역내직접투자 비중이
증가하였음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동북아지역에 유입된 해외직접투자액중 동북아국가들이 투자한 비중은
80년 31.8%에서 92년 47.1%로 크게 증가되어 동북아지역에 대한 해외직접
투자에 있어 동북아국가들의 재원조달 역할이 증대되어 동북아국가간
경제협력이 활발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앞으로 계속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는 동북아지역 역내및 역외교역 화물량의
원활한 흐름을 위해서는 효율적인 운송및 물류체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동북아국가들의 도로및 철도 등 육상수송기반시설은 일본을
제외하고는 한국의 사정이 다소 나을 뿐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특히 한국과 북한과의 육상교통망이 단절된 상태에서 동북아 각국간
화물운송에서 해상운송이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

역외 운송에 있어서도 최근 유엔을 중심으로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아시아 하이웨이"와 "아시아 횡단철도"의 개통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반도내의 도로와 철도가 연결되기
이전까지는 당분간 효율적인 해상운송망의 구축이 동북아의 대외교역의
활성화를 위해 필수적이다.

그런데 세계 주요 정기선사들은 기간항로에는 대형선을 투입하여 소수의
중심항만에만 기항하고 주변 각지는 소형선에 의한 연계수송망으로 연결하는
이른바 "Hub and Spoke System"을 구축하여 규모의 경제효과를 통한 운항
합리화에 노력하고 있다.

또 세계화를 추구하는 많은 기업들 역시 소수의 중심항만을 근간으로
보관및 배송을 위한 물류시설을 집중시킴으로써 재고의 집중관리에
의한 재고비용의 절감을 도모하고 있다.

동북아지역에서도 중국 상하이 이북의 황발해연안 항만들과 북한및
러시아 극동지역의 항만들은 기간항로와 멀리 떨어져 있고 항만사정이
열악하여 대형 컨테이너선의 직접 기항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역외관문으로서 중심항만을 근간으로 물류체계가 형성될수 밖에 없다.

따라서 세계해운의 중심항만 기항체제에 부응하여 부산과 광양항은
일본의 주요 항만과 더불어 자연스레 동북아지역의 중심항만으로 부상할
것이다.

다만 동북아지역은 배후육상운송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물류활동이
이들 중심항만에 집중되기 보다는 일단 주요 권역항만으로 환적, 수송되어
각 지역별로 물류활동이 분산되는 체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상운송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경제권의 물류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이 검토, 추진되어야 한다.

첫째로 무엇보다도 황발해및 동해 연안 주요 지역의 항만시설과 배후도로
및 철도시설을 확충해야 하며, 이와 관련해서는 중국 북한 러시아의
권역항만 개발, 도로및 철도건설 등에 한국과 일본이 투자참여하는 방안도
검토할수 있다.

둘째 동북아 주요 권역항만및 내륙의 간선도로 주변및 철도역 등에
물류시설을 시급히 확충해야 한다.

셋째 항만배후에 충분한 공간이 없는 부산항은 우선 On-Dock CY 체재로의
이행을 서두르는 한편 약 2백만평의 배후부지를 확보하고 있는 광양항은
배후부지를 물류단지화함으로써 부산항과 광양항이 동북아의 중심항만으로서
역할할수 있는 여건을 갖추어 나가야 한다.

넷째 장기적으로 남북한 운송망을 연결함으로써 동북아의 단일운송망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앞으로 동북아의 단일운송망이 형성되면 광양이나 부산항에서 한국의
여타지역은 물론 일본 북한 중국 러시아 등 최종목적지까지 화물을 직접
배송하는 집중화된 형태의 물류체계도 등장하여 동북아 물류거점으로서
부산-광양항이 갖는 중요성은 더욱 증대될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