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가 재고부담을 견디지 못해 지난 4월에 이어 또다시 조업단축에
들어갔다고 한다.

자동차산업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해 보면 무척 걱정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업계 종사자만도 20만명에 이르는 종합기계산업인데다 연간 수출액이
1백억달러가 넘는 주력산업중의 하나다.

물론 이같은 불황이 내수부진에 따른 일시적 재고누증 때문이라고 한다면
국민적 관심사는 못될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자동차산업 환경이나 우리의 현실을 보아도 경기후퇴
차원의 문제만은 아닌 것같다.

최근 삼성의 보고서파문으로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구조조정문제만 해도
과잉 설비투자에서 연유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세계적으로도 자동차생산능력은 과잉상태에 있다는 것이 관련 전문기관의
공통된 분석이다.

그런가 하면 내수시장은 그동안의 급속한 보급확대로 어느정도 성숙기에
접어들어 수요정체가 불가피한 것으로 지적된다.

이같은 국내외 환경을 감안한다면 우리 자동차산업의 불황극복 전략방향은
명백해진다.

내수시장의 성장둔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출을 늘려야 하고 이는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고 생각된다.

물론 국내수요위축을 보완해주기 위해 관련업계가 건의하고 있는 자동차
관련 세금완화 등의 조치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못된다.

일본은 이미 90년대에 들어 적극적인 불황극복 전략을 추진해왔다.

엔고에 따른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었지만 세계적 공급과잉에
대비한 복합처방이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많은 참고가 되리라 믿는다.

해외시장확보를 위해 생산의 현지화전략을 추진하고 생산방식의 재구축을
통해 원가절감과 생산성제고에 역점을 두었다.

특히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간의 수직적협력은
물론이고 경쟁업체간의 수평적 협력이 활발히 이뤄진 점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품의 공용화나 상호간 OEM(주문자상표부착 생산)방식에 의한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공동기술도입을 추진하는가 하면 공동수송망구축 등도 활발히
추진됐다.

부품조달의 계열화를 탈피해 중층적 하청계열관계를 형성하는 대신 기술
지도 등의 지원시책을 적극 실시한 것 등은 우리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생각된다.

우리의 자동차산업전망은 이러한 구조적 노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많은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크다.

갈수록 세계시장의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고 국내시장에대한 외국차공략도
더 강화될 것은 뻔한 일이다.

지금은 국내업체중 누가 살고 누가 죽느냐의 문제보다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물론 과잉설비투자의 원인이 누구 때문이냐의 논란을 무조건 덮어 버릴
수만도 없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자동차산업의 경쟁력확보노력이 더욱 시급한
과제임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한정된 국내시장에서 지나칠 정도의 소모적 출혈경쟁은 자제돼야
마땅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