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갑수 < 한국기술투자 사장 >


일반적으로 벤처기업은 독자적인 사업기반위에서 새로운 기술이나 경영
노하우를 가지고 신규로 시장을 개척하는 기술집약적 중소기업으로서 높은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그 성장가능성을 보고 이에 과감히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이 왕성한 기업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벤처기업의 정의를 음미해 보면 그 배태조건과 성장조건을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배태조건으로는 새로운 기술 또는 경영 노하우를 보유한 인적자원이 부단히
배출되어야 하고, 성장조건으로는 하이리스크-하이리턴(High risk-High
return)으로 특징지어지는 벤처기업이 수용될 수 있는 세련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본다.

대학이나 국.공립, 민간연구소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개발에 도전하며
개발된 신기술을 응용한 벤처사업에의 열망과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예비
창업자들, 대기업 일선에서 세계가 좁다하며 불철주야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젊은이들을 쉽게 접할 수 있어 벤처기업의 배태조건은 성숙되고 있다고 본다.

더구나 정부의 강한 의지가 담긴 각종 지원방안이 속속 발표되고 있어
제2의 메디슨, 한글과 컴퓨터 등으로 대표되는 성공사례가 이들 젊은
인력들의 왕성한 기업가 정신을 촉발시키는데 부족함이 없다고 본다.

그러나 눈을 돌려보면 이 보석같은 벤처기업들이 태어나 온전히 성장하기
까지는 너무나 많은 장애가 기다리고 있고 그 토양 또한 척박하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작은 성가들이 나타날 수 있었던 것은
성장조건의 일각을 힘겹게 버티어 온 벤처캐피털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자부해 본다.

이제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털의 역할이나 중요성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논란이 필요없을 정도로 우리사회 전반에 걸친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벤처산업 육성을 위한 구체적 방법론 도출에 중지를 모아야 할 것이다.

벤처기업도 일반기업과 마찬가지로 생성-성장-성숙-쇠퇴의 라이프 사이클을
갖고 있다고 볼때 성장기까지의 지원역할은 벤처캐피털이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중견기업이상으로 성장하여 당당히 국가경제 발전에 일익을 담당할 만큼
성숙된 기업의 면모를 보이는 것이 벤처기업의 궁극적 목표라고 본다면 그
유인책은 결국 증권시장의 활성화로 연결된다고 본다.

즉 성장단계까지 지원기관으로서의 소임을 다한 벤처캐피털이 재충전되고
새로운 벤처기업의 발굴노력을 강화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창업초기
투자된 자금이 원활히 회수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증권시장 활성화)
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바로 코스닥시장의 활성화를 말한다.

미국의 경우 벤처기업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은 나스닥이라는 방대한
벤처기업의 성장자금 공급시장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나스닥시장은 자본주의 이론의 정수인 시장경제원리가 철저히 적용
되는 곳이다.

벤처기업 누구나 일정요건을 갖추면 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고 새로
나타나는 벤처기업에 대하여 면밀하고도 다각적인 분석과정을 거쳐 자기
책임하에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투자가 집단이 상존하는 곳이다.

그리하여 무명의 일개 벤처기업을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네트스케이프와
같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킴과 아울러 수많은 젊은 기술창업인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아메리칸드림에 도전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우리는 이 나스닥시장에서 코스닥시장 활성화의 구체적 방법론을 찾을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코스닥시장은 거래소시장과 병존하여 상호보완적인 경제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거래소시장이 엄격한 상장요건을 갖춘 기업만이 진입할 수 있고 그 이후
에도 일정요건을 유지함으로써 투자자 보호라는 정책배려가 우선되어야 하는
시장이라면, 코스닥시장은 투자자가 철저한 자기책임하에 투자결정을 해야
하는 시장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

이러할 때 벤처기업의 존립근거가 되는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의 시장경제원리
가 제약없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같은 관점에서 코스닥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마켓 메이커(Market Maker)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본다.

즉 연.기금 보험회사 투신사및 증권회사등 기관투자가들이 주도적으로
코스닥시장 등록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자산운용의 범위가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성과급등의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유능한 펀드 매니저에 의하여 벤처기업의
실제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야하기 때문이다.

또한 코스닥시장에 공급되는 물량의 절대부족이 시장활성화에 장애가 되고
있다.

이는 현행 구주입찰방식이 벤처기업 대주주의 기대 수준에 못미치는 입찰
가격으로 강제 매각되는 점에 기인하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거래소시장과 마찬가지로 신주공모 방식도 병행하여 유통물량을
확대하는 동시에 벤처기업의 자금조달 패턴을 직접금융으로 유도하여야
한다고 본다.

지난 몇 년간의 경기불황에 따른 기업도산 사태는 결국 건전한 재무구조-
자기자본의 확충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는 만큼 코스닥
시장은 벤처기업의 자금조달시장으로 터잡아 가야 할 것이다.

결국 우리경제 회생방안의 하나로 제시된 벤처기업의 육성은 코스닥시장의
활성화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생각되는 만큼
고정관념을 벗어난 획기적 육성책이 추진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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