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신문사 - LA타임스 신디케이트 독점전재 ]

홍콩의 중국반환이 목전에 다가왔다.

정치 경제 역사적으로 아시아전체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당사자인 중국은 덩샤오핑 사망이후 인치국가에서 법치국가로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덩의 시장개방-개혁 정책이후 급속히 부를 늘려온 인민들은 이제 단순히
부를 얻기 위한 기회 뿐 아니라 평등권을 요구하고 있다.

평등은 곧 법률과 제도를 제대로 시행(법치주의)하고 법에 따라 지배하는
체제를 말한다.

차오스(교석)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국회의장격)은 이같은 새
질서구축을 진두지휘하는 선봉장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그는 특히 오는 7월 영국으로부터 주권을 반환받는 홍콩의 진로를 가늠할
''홍콩기본법''의 최종중재자로 알려져 있다.

장쩌민 리펑과 함께 중국을 이끌어가는 3인방으로 불리는 차오스가 ''중국의
새진로''라는 주제로 내탄 가들스 글로벌뷰포인트 편집장과 나눈 대담을
싣는다.

이번 대담은 베일에 싸여 있는 교석이 서방 언론인과 가진 최초의
인터뷰이다.

< 편집자 >

=======================================================================


-서방은 오는 7월1일 홍콩반환 이후 중국이 홍콩의 내정에 깊숙이 관여,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되는 홍콩경제를 죽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물론 조지 부시 전 미국대통령을 비롯 일각에선 홍콩이양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보고 있기도 하다.

"홍콩기본법"의 최종 중재자역인 전인대 상무위원장으로서 귀하의 견해는.

<>교석 =중국은 홍콩의 내정에 절대 끼어들지 않을 것이다.

영국과 합의한 성명서와 "홍콩기본법"의 정신에 따라 "1국2체제" 원칙을
철저히 준수할 것이다.

홍콩인들은 그들이 누렸던 자본주의체제와 그 생활방식을 그대로 지속할
것이다.

홍콩은 또 입법 사법 행정부문에서 상당한 자치권을 갖게 될 것이다.


-수 광디 상하이 시장이 최근 미국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그는 중국이 문화혁명기에 한때 민주주의를 경험한 바있는데 그것은
재앙이었다고 술회한 적이 있다.

서구의 민주주의와 "문화혁명식 민주주의"에 공통점이 있다고 보는가.

중국이 추진중인 법치주의의 실상은 무엇인가.

<>교석 =문화혁명은 분명 민주주의가 아니었다.

큰 고통을 수반한 대혼란이었다.

문혁이 10년간 기승을 부린 것은 우리가 민주주의와 법제를 개선하는
노력을 게을리한 탓이다.

중국은 이를 교훈삼아 지난 70년대말부터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존중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중국의 헌법에 따르면 국가권력은 인민에 귀속되며 인민은 전인대를 통해
국가권력을 행사토록 규정돼 있다.

이런 정신에 입각, 전인대는 그동안 인민이 국가의 주인임을 명시하는
방향으로 각종 법률을 제정 또는 개정해왔다.

장애자 및 여성의 권리보호 등을 담은 각종 민법을 제정한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전인대는 지난3월 형법개정을 할때도 범죄와 형벌은 법률에 의해서만
적용된다는 "죄형법정주의"정신과 법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형평성"의
원칙을 충실히 반영했다.

나는 전인대 폐막사를 통해 입법위원들에 대해서는 법을 위반하지 말 것을
강조함과 동시에 정부관리들에게는 법을 남용하지 말고, 법관들에게는
사욕을 위해 법을 곡해하지 말도록 촉구했다.

덩 샤오핑은 수년전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법제를 개선하는 길이야말로
중국식 사회주의의 핵심요소라고 공언했다.

우리는 이를 따르고 있고 그 길로 나아갈 것이다.

이것은 법치국가를 향한 여정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식 사회주의에 부합하는 민주주의제도"가 공산당에
우선한다는 뜻인가.

<>교석 =원칙적으로 양자간에 마찰은 없다.

다만 당이나 개인이 법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일본은 전후 30년만에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바뀌었다.

중국이 이를 답습할 수 있는가.

<>교석 =중국경제는 79년 개방이후 최근까지 연간 9%대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2010년까지 매년 7%대의 성장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전체경제규모는 보잘 것 없고 1인당 GNP도 매우 낮다.

현재의 달러가치로 환산할때 1인당소득은 2000년께 8백달러, 2010년께
1천5백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선진국진입목표를 21세기 중반께로 잡고 있다.

그때쯤에야 개인소득의 증대로 삶이 상대적으로 풍요로워진다.

중국의 현대화도 이때쯤 이뤄질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미-중 양국이 "21세기적인" 우호관계를 수립하자고 중국
측에 제의했다.

21세기적 관점은 초강대국간의 상호협력이 서로에게 이익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는 경쟁관계의 두 초강대국의 경우 한쪽에 이익이 되면 상대편에는
손해라는 식의 19세기적 시각과는 배치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교석 =국가간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경제의 상호의존도가 날로
심화되고 있다.

범지구적인 이슈는 국가간의 긴밀한 협력과 조정없이는 해결하기 어렵게
됐다.

분쟁발생시에 자국이익만 추구하지 말고 상대편의 입장을 똑같이
존중한다면 투쟁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서 합리적인 해결책을 발견할 수 있다.


-한 서방의 학자는 이념대결이었던 "냉전"이 이제 "문명권의 대결"양상으로
대체됐다고 주장한다.

서방과 중국은 세계관이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데.

<>교석 =각국의 세계관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상이점이 반드시 충돌로 귀결지어지지는 않는다.

우리는 차이점을 존중하는 가운데 공통점을 모색해야만 한다.


-베스트셀러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중국"에 따르면 미국이 세계 정치와
문화판도를 지배하게 되자 중국을 위시한 아시아국가들이 점차 반발할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교석 =자국의 의지와 가치를 타국에 강요하려 든다는지 세계를 한
특정한 문명형태로 통합하려는 시도들은 반드시 실패하고 만다.

세계는 급속히 다극화되고 있다.

각국은 독립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외국과의 관계에서 상호존중과 내정불간섭을 바탕으로 한 동등한 입장에서
재정립하자는 목청이 날로 커지고 있다.

패권주의를 추구하는 국가에 대해 반발은 커질 것이다.


-서구식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자유시장경제체제의 미래가 밝다고
보는가.

아니면 중국처럼 사회주의에 시장경제를 뒤섞은 혼합형태가 가난한 나라에
보다 유리하다고 생각하는가.

<>교석 =특정 경제체제가 모든 나라에 유익한 것은 아니다.

각국은 중국처럼 독자적인 진로를 모색해야 한다.

덩 샤오핑은 지난 79년 시장경제가 자본주의에만 존재한다는 주장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경제는 봉건사회에서 싹을 틔웠듯이 사회주의에서도 발전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덩은 92년 중국 동남부를 순회한 남순강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계획경제가 사회주의와 동등한 의미로 사용되어서는 안된다.

자본주의에서도 계획경제는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시장경제가 자본주의를 뜻하지도 않는다.

시장은 사회주의에도 있다"

중국이 시장개방을 단행한 뒤 인민들의 생활수준은 지속적으로 향상됐다.

이로써 사회주의적 시장경제가 적어도 중국에는 알맞다는게 증명됐다.

< 정리=유재혁 기자 >


[[ 약력 ]]

<>중국 절강성 출생 (1924년)
<>공산당입당 (40년)
<>당 대외연락부 부부장 (78년)
<>당 대외연락부 부장 (82년)
<>정치국원겸 서기국서기 (85년)
<>부총리 (86년)
<>정치국 상무위원 (87년)
<>전인대 상무위원장 (93년)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8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