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는 아스팔트 열기를 잠시 벗어나 녹음짙은 청계산을 찾았다.

산을 좋아해 거의 매주 등산을 하는 편이고 특히 청계산은 즐겨 찾는
산이라 상쾌함과 편안함을 상항 느껴왔지만 이번 산행에서는 그 즐거움이
더욱 컸다.

자연은 변함없는 그대로의 자연이지만 같은 길을 가고 있는 동료들과의
산행이어서 그런듯 했다.

왜냐하면 이번 산행은 "통계를 만들거나 이용한다"는 공통점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했기 때문이다.

개인적 취향과 직장이 다양해서 한자리에 모이기가 쉽지 않은 100여명의
사람들이 "통계인 간담회"라는 이름 아래 하나가 되어 정겹게 산을 오르는
장면은 참으로 많은 것을 시사해 주었다.

먼저, 통계를 만드는 사람과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과의 자연스러운
만남의 장이었다는데 그 의미를 찾을수 있었다.

가파른 비탈길을 오를때 서로의 손을 내밀어 버팀목과 난간이 되어 주듯이,
통계 이용자는 원하는 통계와 자료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생산하는 입장에서는
귀기울여 듣는 한편 통계 생산 과정의 어려움 등을 터놓고 나눌 수 있었다.

또한 40여개에 이르는 민간 연구 단체와 정부 통계작성기관의 광범위한
참여라는 점에서 볼때, 통계작성기관들간에 손발을 맞추어 비슷한 조사가
중복되어 실시되는 것을 방지하고 OECD에서 요구하는 80여종에 달하는
새로운 통계를 각 기관별로 적절하고 타당하게 교통정리하여 생산할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하여 의논하기에도 좋은 모임이었다.

20대에서 70대까지, 공무원에서 대학 교수까지, 등산의 초보자로부터
전문가까지, 한 사람의 낙오자없이 계획했던 3시간만에 정확하게 산을
내려오자 어느 참석자 한 분이 "역시 통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 그런지
한치의 오차도 없다"고 이야기해서 한바탕 웃었다.

산행뒤 오찬 시간의 화기로운 분위기에서 업무만큼은 정확하고 엄격하게,
그러나 생활은 여유롭고 느긋하게 운영하는 통계인의 모습을 보는 것은
또다른 기쁨이었다.

그날 함께 했던 여러 통계인과의 산행과 대화 그리고 서로에 대한 기대는
소중한 기억이 될 것이다.

"우리는 오늘 청계산이 아니라 통계산을 정복했다"는 어느 교수님의
의미있는 유머와 함께.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