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이래 최대공사라는 경부고속철도사업이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중간점검 결과 경부고속철사업비가 지난 89년 기본계획 수립때의 예상보다
3배이상 많은 17조~19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완공시기도 빨라야
2004년으로 2년이상 늦어질것 같다고 이환균 건설교통부장관이 지난 13일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장관의 발표도 추정일뿐 지금으로서는 누구도 정확한 완공시기와
사업비규모를 알수 없는 실정이다.

타당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서둘러 착공했고 그뒤에도 통과노선,
지하구간 여부, 부실시공 등과 관련된 이해다툼 및 책임공방이 끊이지
않다보니 엄청난 공기연장과 사업비증가를 자초한 셈이다.

이제 시급해진 것은 이렇게 경제성이 약화된 경부고속철공사를 어떻게
마무리하느냐는 문제다.

정부는 대전 또는 대구에서 부산까지의 구간을 전철화해 고속전철을
운행하는 방안 등 다양한 대안을 검토한뒤 올하반기에 공청회및 여론조사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방침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번 기회에 정부를 비롯한 각계각층이 경부고속철사업의 전반적인
사업타당성을 다시 한번 철저히 검토해주기를 촉구한다.

우선 시급한 것은 경제성에 대한 검토다.

당초 경부고속철공사는 심각한 물류난을 해소하고 물류비용을 절감해
우리경제의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강행됐다.

하지만 공사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남에 따라 경쟁력강화는 고사하고
자칫하면 국민경제에 엄청난 부담만 주는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루 30만명이 서울~부산간 항공요금의 70%를 내고 경부고속철을 이용하면
해마다 4천억원의 운행수익을 올려 사업비의 절반이상을 갚을수 있다는
계획은 처음부터 무리였다.

게다가 사업비가 20조원에 이르면 요금을 항공요금의 1.5배로 올리든지
아니면 해마다 적자가 쌓이게 된다.

특히 대전 또는 대구에서 부산까지의 구간을 전철화해 이용할 경우 주행
시간이 늦어져 이용객이 줄고 적자규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공기지연에 따른 기술노후화도 고려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고속철공사를 통한 첨단기술의 이전효과를 강조하지만
완공시기인 2004년께면 자기부상열차와 같은 획기적인 교통수단이 이미
실용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과연 막대한 사업비를 지출할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다.

정부는 경부고속철을 건설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며 지출한 비용도 적지 않은데다 이제와서 공사를
안할 수는 없다는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따라서 가능한한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고 경제성을 개선할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일단 완공된뒤 두고두고 국민경제에 미칠 엄청난 영향을 생각할때
공사백지화의 가능성을 반드시 배제해야만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