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수 < 전북대 교수 / 신문방송학과 >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경제규제개혁위원회가 방송광고제도에 대한 개편안을
내놓았다.

필자는 이런 안이 경제관련부서에서 나왔다는 점을 우선 문제삼고자 한다.

도대체 무슨 난리가 났기에 경제정책을 논의하는 기구가 국민의 알 권리,
문화적 권리, 그리고 민주주의에 깊은 영향을 주는 방송, 그리고 방송광고를
자유경쟁논리에 맡기자고 제안했을까 의문이다.

방송광고문제는 국민전체의 생활과 재정은 물론 민주주의나 정치에
큰 영향을 주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론조사나 국민적 논의도 없이 "자유경쟁이 효율성을
증대시킨다"는 미국식 잣대를 갖고 방송광고 제도를 이래라 저래라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개편안의 내용을 보아도 이해가지 않는 구석이 많다.

개편안은 방송광고규제를 사시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으며 자유경쟁의
논리를 마치 복음인양 착각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방송은 시청률경쟁으로 선정성 저질성으로 치닫고 있고
정치적 독립성문제까지 거론되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여기에다 불황까지 겹쳐 방송광고시장은 깊은 침체의 늪에 빠져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생각없이 단순히 규제만
풀어놓으려는 발상에 수긍이 가지 않는다.

그동안 광고공사가 광고시장을 조절함으로써 지나친 시청률-광고경쟁을
그나마 억제해 왔고 광고요금 인상을 억제함으로써 물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오락프로그램에 비해 시청률이 낮은 각종 다큐멘터리나 시사고발 프로그램
등 각종 유익한 프로그램이 방송될 수 있는 이유가운데 하나는 방송사와
광고주의 직거래를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이다.

그럼에도 사회적문제로 비화한지 오래이다.

오락프로그램의 저질성 선정성은 이미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그리고 주요 시간대 50%가량은 시청률이 높고 광고주들이 좋아하는
드라마로 채워지고 있는 형편이다.

뉴스조차 시청률경쟁으로 오락화된다는 비판을 받는 실정이다.

이런 사정을 고려치않고 광고시장을 조절하는 약간의 장치마저 없앤다면
방송은 한층 저질화 퇴폐화 할 것이 명확한 일이다.

광고주들은 좀더 자극적이고 좀더 소비욕구를 충동하는 프로그램을 요구할
것이고 이런 프로그램을 주요시간대에 편성하도록 압박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한편 광고영업방식을 바꿔 이해당사자인 방송사의 직접영업에 맡긴다면
광고요금이 최소 70~80%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도 지적하고 싶다.

이때 그 엄청난 부담을 누가 떠맡을 것인가.

광고비는 결국 국민부담으로 돌아갈 것이고, 가뜩이나 실업률이 높아지고
물가인상에 따른 실질소득이 줄어든 마당에 늘어난 광고비는 국민재정에
악영향을 줄 것이다.

경쟁논리에 입각하여 광고시장을 풀어놓으려는 정책은 우리사회가 그러한
경쟁을 유지하는데 소요되는 엄청난 자원도 없고 국민 역시 이를 부담할
능력도 없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또한 방송시스템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광고규제가
완화됨과 동시에 방송광고는 몇몇 대기업과 글로벌기업의 통제아래 들어갈
것이고 방송도 이들의 지배를 받게 될 것이 명백하다.

우리는 방송광고시장에 대한 규제완화를 말하기전에 방송의 정치적규제에
대한 완화를 말해야 한다.

방송은 문화요, 민주주의이며 국민의 삶과 국가의 안위에 직결된
국가주권의 문제이다.

이를 다 포기하고 거대방송사와 대기업의 이익만 보장하는 광고제도의
개악은 안된다.

정부의 영향력이 배제되고 오로지 방송발전과 시청자 복리를 증진시키는
방향의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배분원칙에 따라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가장 중요한 개혁의 과제는 정부가 통제하는 방송광고공사의 소유와
경영구조이다.

이를 위해 방송사와 국민이 같이 참여하는 주식회사형태 등 광고공사를
민영화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안을 통하여 광고영업권이 정당하게 행사될 수 있도록
견제장치가 만들어져야 하며 광고공사가 조성하는 공익자금의 배분에
있어서도 다각적인 검토를 거쳐 방송계와 광고계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방송은 연습이 아니다.

또 방송광고에서 연습이 없다.

한번 제도를 잘못 고치면 한국의 방송과 수용자들에게 엄청난 손실을 줄수
있기때문에 그렇다.

더구나 외국의 압력이 있다해서 경쟁논리를 도입하는등 섣불리 기존제도를
바꿔서는 곤란하다.

방송광고제도를 개혁한다는 것은 단순한 논리흐름을 바꾸는 이상의 것이기
때문에 관련된 많은 문제를 충분히 검토하고 국민여론과 전문가들의 의견도
물어서 매우 신중하게 제도가 개혁되기를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