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의 황장엽이 남쪽으로 전향하면서 한반도에서의 전쟁가능성과
핵무기사용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글로벌뷰포인트의 네이단 가들스 편집장이 핵무기확산금지문제에 있어
확고한 권위를 확보하고 있는 조셉나이 전 미 국방부차관보와 가진
대담내용을 옮겨 싣는다.

<>네이단 가들스 =최근 남한으로 망명한 전 북한 노동당비서 황장엽이
망명성명에서 현재 북한은 남한뿐 아니라 일본까지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의
핵전쟁을 준비중이라고 주장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의 주장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조셉 나이 =우리는 아직 북한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다.

또 지금까지 북한의 행동은 예측하기가 매우 힘들었고 상식을 벗어난
것이어서 경계태세를 늦추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숨겨둔 핵탄두를 이용한 핵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행정부에서 일하는 동안 우리는 북한의 핵전쟁 도발 가능성에 대해 면밀히
조사한 바 있다.

그 결과 비록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대한 명확한 증거는 얻을 수
없었지만 그들이 최대한 생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의 양을 추정할 수 있었다.

반응로의 연료 소각시간을 계산한 결과 그들은 현재 1개 또는 최대한
2개까지의 핵탄두를 만들수 있는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이 정도는 남한과 일본을 위협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물론 한개의 핵폭탄을 서울에 발사할 경우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겠지만
그 정도의 피해는 현재 DMZ(비무장지대)주변에 배치된 미사일들만으로도
일어날 수 있는 수준이다.

북한은 이미 남한에 큰 타격을 입힐 정도로 스커드 미사일을 개량해왔으며
이론상으로는 일본까지 도달할 수 있는 "로동미사일"을 현재 개발중이다.

로동미사일은 북한이 협상 중에도 정치적 목적으로 공공연히 거론해
온 것이지만 아직은 실전 배치할 만큼 광범위한 성능 검사를 거치지
않은 상태다.

황장엽 발언에 대한 가장 큰 의문은 과연 그가 북한군사전략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북한의 군사전략은 구분화돼 있고 대부분의 지도부 인사들도 그
정보로부터 차단돼 있기 때문이다.

황장엽은 북한의 이른바 주체사상을 세계에 알리는데 주역을 맡았지만
전쟁계획에 대해서까지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사실 그의 주장의 대부분은 북한이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정치협상에서
취해왔던 일반적인 노선인 "통일을 위한 전쟁"과 비슷하다.

북한의 상황이 점점 어려워짐에 따라 그들은 외부의 원조를 조건으로
남한과 북태평양 지역의 안전에 대한 위협을 어느때보다 기꺼이 포기해가고
있다.

94년에는 경수로 건설 원조를 받는 조건으로 의혹을 받고있던 몇몇
핵시설에 대한 국제적 사찰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북한이 지금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심각한 기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식량원조다.

남한과 미국은 WFP(세계식량계획)와 함께 제한된 분량의 원조만을 인도적
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다.

남한과 미국은 북한이 침략위협포기를 약속하지 않는한 대량 원조는
하지 않기로 합의한 상태이다.

<>네이단 가들스 =식량원조의 댓가로 북한이 DMZ로부터 군대를 철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동의 하는지.

<>조셉 나이 =만약 그렇다면 당연히 기뻐할 일이긴 하지만 현 단계에서는
북한이 그 문제를 유일한 협상카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그럴 것 같진
않다.

다만 DMZ 주변의 북한군 위치와 이동상황에 대한 투명성은 좀 더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러한 투명성이 북한 체제개방의 실마리로 작용한다면 미국과
동맹국들은 개방 정도에 맞춰 식량원조를 늘려 나갈 것이다.

< 정리 = 박해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