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규통신사업자 선정결과가 13일 발표됨으로써 지난 90년부터
추진돼온 국내 통신서비스사업 구조개편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되었다.

데이콤 컨소시엄인 하나로통신이 제2시내전화 사업권을 따낸 것은 다른
경쟁자가 없어 이미 예고됐던 일이며 제3시외전화를 포함한 그밖의 다른
4개분야에서도 경쟁률이 그다지 높지 않아 이번 사업자 선정작업은 지난날에
비해 조용하게 치러진 감이 없지 않다.

따라서 선정결과에 대한 잡음이나 후유증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통신사업의 대내 개방이 완전히 이루어져 모든 통신사업이
경쟁체제에 돌입케 됐다.

이제 문제는 대외 개방이다.

지난 2월 WTO(세계무역기구)기본통신협상이 타결됨으로써 내년부터 외국
사업자들이 국내시장에 진입하게 된다.

기존사업자든 신규사업자든 당장 눈앞에 닥친 무한경쟁에 대비, 서비스및
요금경쟁력을 갖추는 일이 발등의 불이 됐다.

국내 정보통신산업은 세계최초로 CDMA(주파수분할다중접속)기술을
상용화하고 세계 9번째로 전화보유대수가 2천만대를 돌파하는 등
외형적으로는 통신대국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총체적인 정보통신산업의 경쟁력은 각 부문에 걸쳐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 아시아경쟁국들에 비해서도 크게
뒤떨어져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97년 세계경쟁력연감에 따르면 통신산업
경쟁력의 기본인 통신인프라 부문에서 우리나라는 비교대상 46개국 가운데
27위에 머물러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정보통신신기술의 실행 부문에서 우리나라는
10점 만점에 5.54점을 받아 34위를 차지, 핀란드(9.33)싱가포르(9.43)등은
물론 칠레(7.24) 홍콩(7.19) 대만(6.30) 아르헨티나(6.25)등의 개도국에도
훨씬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인구 1천명중 인터넷 이용자수에서 우리나라는 1.66명에 불과,
31위에 머물렀다.

다만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통신부문 투자액의 경우 우리나라는
4조원을 넘어 1.14%로 8위에 랭크돼있을 뿐이다.

이같은 수치들은 통신산업의 경쟁력강화야말로 국내시장방어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임을 새삼 일깨워준다.

지금 국내 통신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통신요금 자율화조치를 둘러싼
격렬한 찬반논쟁도 이같은 대전제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하루속히
마무리돼야 한다.

이러한 논쟁은 외국사업자가 국내시장에 진입하는 내년이 되면 아무런
의미도 지닐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신규통신사업자 선정을 계기로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인력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국제전화와 같이 원가에 비해 비싼 요금은 자율화와 경쟁을
통해 조기에 인하, 국내업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에 모든 통신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동시에 신규 통신사업자들도 정부의 보호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하루속히
자생력을 길러 서비스고도화로 승부한다는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