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세의 할머니부터 8세의 손녀까지 정보화의 대열에 앞장서 달리는 가족.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허용호(40) 이영순(40)씨 가족은 하루일과를 PC에서
출발해 PC로 끝낼 정도로 정보화를 이루고 있다.

온가족이 PC를 이용해 문서작성이나 편집 등의 작업은 물론 PC통신이나
인터넷에 들어가 네트워크의 향연을 즐기는 수준이다.

특히 허용호씨의 어머니인 조순애(63)씨는 웬만한 중.고등학생 못지않게
PC를 활용하고 있다.

조씨는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PC를 생활에 최대한 활용하는 열성파.

살고 있는 아파트의 반장인 그는 PC로 반상회보를 직접 만들어 배포할
정도이다.

또 PC의 도움을 받아 손녀들의 스케줄관리도 도맡아한다.

나이 40만 넘어도 컴맹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며 포기하기 일쑤지만 조씨의
정보화 욕구는 날이 갈수록 높아만지고 있다.

그가 정보세계에 보다 깊숙이 발을 들여놓은 것은 PC통신 하이텔을
접하면서 부터이다.

그는 하이텔을 이용하여 홈뱅킹 예약 홈쇼핑 등의 서비스를 접하게 됐다.

PC통신으로 은행계좌와 잔액조회 등의 홈뱅킹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이미 생활의 일부가 됐다.

대한항공 스카이패스의 탑승조회도 자유롭게 한다.

미국 출장길에 오른 아들 허용호씨의 귀가일정도 네트워크상에서 알아볼
수 있어 더할 나위없이 편해졌다.

가족이나 집안의 특별한 기념일에는 PC통신으로 꽃배달까지 주문해 감동을
2배로 안겨주고 있다.

정보화에 빠져든 사람은 남달리 젊음도 유지할 수 있다.

조씨는 가끔 게임의 세계도 접하며 동심으로 돌아가곤 한다.

조씨가 이처럼 컴퓨터와 가깝게 지내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아들인 허용호씨가 세계적인 컴퓨터 소프트웨어인 한국오라클의 이사로,
며느리인 이영순씨가 한국통신 연구개발부 컴퓨터시스템부장으로 각각
근무중인 컴퓨터 전문가여서 그들의 영향을 많이 받게 마련이다.

허용호씨는 정보업계에 근무하다보니 전자메일의 이용이 일상화됐고
퇴근후 가정에서도 정보의 중요성을 일깨워 가족들에게 정보마인드를
확산시키고 있다.

부인 이영순씨는 한국통신에서 인터넷 등 컴퓨터 네트워킹 사무자동화
인터넷홈페이지 구축과 운영 컴퓨터 보안 등의 전산업무를 맡고 있다.

이씨는 콜백을 이용한 재택근무시스템을 개발, 사내에 서비스하고 있다.

그는 집에 돌아오면 시어머니 조씨와 두 자녀의 컴퓨터 가정교사 역할도
한다.

큰딸인 허민재(13)양은 PC의 워드프로세서 작업을 이용해 학교의 환경미화
작업에 활용할 정도로 그래픽에 관심이 많다.

친구들을 생일파티에 초대할 때도 PC로 예쁜 초대장을 만들어 돌리는
격식도 차린다.

여느 틴에이저와 마찬가지로 PC통신을 이용하는 것은 기본이다.

둘째 허희재(8)양은 PC의 워드프로세서를 이용해 일기를 쓰는데서부터
컴퓨터활용을 시작하고 있다.

허양은 종종 동화를 워드로 작성해 친구들에게 배포하기도 한다.

학교에서 과제물로 내주는 "가족독서신문" 만들기에도 PC를 활용할 정도로
컴퓨터를 가까이하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인 허양에게도 PC통신은 게임만큼이나 재미있는 놀이다.

< 김수섭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