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대한투자신탁을 상대로 한 약정금 반환청구소송에 대해
서울지방법원이 원고일부 승소판결을 내림으로써 한동안 잠잠하던
금융기관의 수익률 보장각서를 둘러싼 시비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지난 11일 내려진 판결요지는 비록 금융기관의 수익률 보장각서 자체는
법률상 무효지만 대한투신이 이를 고객인 국방부에 알려주지 않아 고객의
투자선택권을 침해했기 때문에 정기예금이자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하라는
것이다.

지난해말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한일투자신탁을 상대로 낸 같은 내용의
소송에서 이미 비슷한 판결이 내려진바 있어 판결내용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다만 이번에는 손해배상요구 외에 대한투신이 약속을 어기고 예치금을
주식투자한 혐의로 국방부가 대한투신을 사기죄로 검찰에 고발한 것이
다르다.

수익률보장시비 외에 예치금임의운용 시비까지 겹친 셈이다.

또한 작년에는 한국과학기술원에 대해서도 30%의 책임을 물어 한일투신이
정기예금이자의 70%만 지급하게 했으나 이번에는 국방부에 전혀 책임을 묻지
않았다는 것도 다른 점이다.

문제는 수천억원의 군인연금을 운용하는 국방부를 기관투자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과연 옳으냐는 점과 주식투자를 금지하고 있는 연기금 관리운용
지침을 어긴 책임이 국방부에는 전혀 없느냐에 대한 판단이다.

국방부를 기관투자가로 본다면 수익률보장 각서요구가 불법행위임을
사전인지했으리라고 추정할수 있으며 만약 대한투신의 주장대로 3개월마다
예치금의 운용현황을 보고한 것이 사실이라면 국방부도 책임을 피할수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의 최종판결을 봐야 알겠지만 상식적으로 볼때 국방부에 전혀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문제가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금융시장이 자율화돼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신사와 투자자 모두 그에 걸맞게 원칙을 지키는 자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즉 투신사는 직원들에게 무리하게 수탁고극대화를 강요함으로써
수익률보장과 같은 변칙적인 영업행위를 조장하고 있으며 반대로 연기금과
같은 기관투자가들은 이를 악용해 노골적으로 수익률입찰을 부추기고 있다.

또한 대한투신과 교보생명 사이에 있었던 예치금임의운용 시비에서
드러났듯이 운용대상 전환청구서에 반드시 고객의 인감이 찍혀야 한다는
약관사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고객의 이익보호를 위해 불합리한 약관내용을 개정하는 것은 고사하고
기왕의 약관규정마저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은 우리의 금융시장이 얼마나
파행적으로 움직이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제 본격적인 자본시장개방을 앞두고 투신사는 하루빨리 과거의 변칙적인
거래관행에서 벗어나 고객의 이익보호를 위해 힘써야 한다.

또한 거액의 예치금을 운용하는 기관투자가들도 공정한 거래원칙을 지켜야
하며 관계당국은 신속한 대응과 공정한 판단을 위해 힘쓰는 것만이 분쟁예방
및 국내 금융시장발전의 지름길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