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유명음식점들이 잇달아 서울공략에 나서고 있다.

''속초 학사평 할머니 순두부'' ''해남 천일식당'' ''남원 추어탕'' ''부산 옥미
아구찜'' ''현풍 할매곰탕'' 등이 대표적인 곳.

비슷한 이름의 음식점들이 이미 서울 곳곳에서 영업중이지만 본고장에서
수십년동안 ''원조집''을 자처해온 이들 음식점의 서울입성은 최근의 일이다.

지방의 토속음식점들이 도시민들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80년대 후반.

''마이카 붐''이 일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주말에 전국의 명소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이들 향토음식도 유명세를
탔다.

음식 맛을 보기 위해 그 지방을 찾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는 형편이 달라졌다.

주말이면 고속도로가 주차장을 방불케해 음식기행은 이제 엄두를 내기조차
힘들게 됐다.

본고장에도 비슷한 음식점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 어느집이 원조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이 때문에 지방에서 손님을 기다리기 보다 서울로, 서울로 고객을 찾아
나서고 있는 것이다.

건강식과 자연식을 추구하는 식생활 추세도 이들 음식점의 서울진출을
재촉하고 있다.

요즘들어 사회전반에 불고 있는 복고풍바람도 이들 음식점의 서울경영에
청신호로 작용했다.

분점 또는 체인점의 형태로 서울에 간판에 내건 이들 유명 향토음식점들의
공통된 특징은 명예를 걸고 맛을 지킨다는 점.

이들 음식점은 재료를 본고장에서 직접 가져다 쓰고 콩을 기계가 아닌
맷돌로 가는 등 "참맛"을 보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갈수록 우리의 맛을 잃어가는게 아닌가 하는 노파심도 이들 음식점에서
내놓는 정성스런 음식 앞에서는 눈녹듯 사라지는 느낌이라고 고객들은
입을 모은다.

유명 토속음식점들의 서울진출은 그런 점에서 외국 외식업체들의 공세에
맞서 우리의 전통음식을 지키는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해남 천일식당=전남 해남에서 70년 가까이 전라도 음식의 원류인
"백제음식"의 전통을 간직해온 한정식집이다.

제철에 난 최상품의 채소 생선 등으로 떡갈비를 비롯한 80여가지 음식을
맛깔스럽게 차려낸다.

고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 고위공무원과 법조계 인사들이 즐겨 찾던 식당
으로도 유명하다.

현재 해남에서 3대째 손자며느리가 음식을 만들고 있으며 서울에는 지난
91년 친딸 김정심씨가 대치동에 분점을 냈다.


<>남원 추어탕=22년째 남원 광한루 옆에서 추어탕을 만들어 파는 "친절
식당"이 본점.

친철식당의 추어탕이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자 아들 박철수씨가 지난
93년 "남원 추어탕"이라는 간판으로 서울에 진출했다.

박씨가 맨먼저 점포를 연 곳은 송파동.

이 식당을 기반으로 다섯 형제들에게 같은 "남원 추어탕" 분점을 내줬다.

사당동 영등포 구의동등지에 분점이 영업중이다.

메뉴는 추어탕(7천원) 숙회(2만5천-3만5천원)등 단 두가지.

숙회는 찐 미꾸라지를 돌판에 볶아 미나리등 야채를 얹은 독특한 음식이다.


<>속초 학사평 할머니 순두부=바닷물로 만든 고소한 맛의 학사평 순두부의
원조격.

지난 91년 세계 잼버리대회 이후 학사평 순두부가 유명해지면서 내친 김에
지난해 서울 역삼동에 문을 열었다.

대표적인 메뉴는 순두부정식(4천5백원) 두부보쌈(2만원)등.

멧돌로 간 콩을 손으로 꼭 짠 다음 바닷물로 응고시켜 순두부를 만든다.

이때 나오는 비지도 함께 제공돼 입맛을 돋운다.


<>부산 옥미 아구찜=부산 망미동일대 아구찜거리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점
이다.

마산의 전통적인 말린 아구찜 요리와 달리 생아구로 부드럽고 덜 자극적인
아구찜요리를 개발해 인기를 모았던 집이다.

10여년전 부산에 들어선 이 음식점은 지난 95년 서울 역삼동의 단아한
한옥을 개조해 서울에 입성했다.

점포내의 다양한 수석과 동양화, 한지 등으로 고전적인 분위기를 맘껏
살리고 있다.

메뉴는 아구찜 아구수육 녹두빈대떡 등.


<>오색약수 삼계탕=전래의 유명음식은 아니지만 톡쏘는 맛의 오색약수를
이용해 개발한 음식이다.

설악산자락에 살던 한 산사나이가 서울에 생활기반을 마련하면서 가락동에
문을 연 음식점이다.

현재 성내동, 우이동, 강원도 원주등 세곳에 체인점이 있다.

이 음식은 설악산에서 길어온 오색약수로 삼계탕을 끓인 것.

여기에 엄나무피 구기자 황기 대추 더덕등을 넣어 닭요리의 기름기를
줄였고 맛도 담백한게 특징이다.


<>옛날집=강릉에서만 20년이상된 전통의 한정식집이다.

강릉 초당동의 전통을 살린 순두부와 오색약수로 지은 돌솥밥, 산채요리,
해산물요리 등이 별미다.

다른 향토음식점보다 빠른 지난 87년 서울에 첫 점포를 선보인후 현재
잠원동 논현동 강남 뱅뱅사거리 등지로 점포를 늘렸다.

요즘도 강릉에서 바닷물을 가져와 두부를 만드는데 오전을 다 보낸다고
한다.

< 장규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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