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전국시대 (기원전 453~221년)는 연 제 조 한 위 초 진 등 7개국이
정립하여 공방을 벌인 전란의 시기였다.

기원전 4세기 후반부터 진나라의 국력이 다른 6개국보다 강대해져 패권을
노리게 되자 다른 나라들은 그에 위협을 느끼고 불안해 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각국의 왕후를 찾아다니면서 정치경륜을 펴 정치가로
입신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소위 책사 정략가 또는 종횡가들이다.

그중에서도 국가간의 동맹론인 합종연횡을 주창한 종횡가들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이때 종횡가의 대표적인 인물은 소진과 장의였다.

그 두사람은 일찌기 정치가로 입신하고자 제나라 낙양 근처에 있는
귀곡이라는 산골에 사는 귀곡선생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수수께끼 인물)
문하에서 종횡들을 동문수학했다.

소진은 여러 나라를 돌면서 유세를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다가 마침내
연의 왕을 설득한 뒤 조 한 위 초 제 등을 끌어들여 진에 대항하는 6국공수
동맹체제를 만들어 여섯 나라의 재상이 되었다.

가장 남쪽에 있는 호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연에 이르는 6개국이
세로(종)로 대등한 동맹을 맺었다고 해서 합종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한편 장의는 진에 들어가 합종을 무너끄리는 연횡체제를 구축했다.

진이 그 동쪽에 있는 한 위 조 초 연 제와 가로(횡)로 화평조약을 맺은
것이었다.

장의가 진으로 간 것은 소진의 책략이었다.

소진이 장의가 찾아 왔을 때 문전박대를 한 것은 장의의 분발을 촉발시켜
반대진영인 진으로 가게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 소진은 장의가 진에서 벼슬길에 오르게 은밀히 후원을 했다.

진의 어느 정도의 위협이 있어 긴장상태가 지속되어야만 합종이 지속되고
자신의 지위도 유지될 것이라는 소진의 계산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얼마 못가 소진의 합종은 장의의 연횡에 밀려났고 진은 6국을
차례로 멸망시켜 중국을 통일했다.

요즘 신한국당 대통령후보 경선에 나설 이른바 "용"들의 합종연횡
향배가 관심을 끌고 있다.

합종연횡의 고사를 되돌아 보면서 자못 흥미롭게 돌아가는 양상을
감지하게 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