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수출회복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철강 반도체 조선 등 핵심 수출품목들이 그런 대상에 속한다.

그러나 엔고현상이 우리의 수출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일시적이 아닌
기조적 상승으로 정착됐을 때 가능하고, 그것도 노력여하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질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의 엔화 변동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이를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난 4월27일의 G7 재무장관회의 이후 상승하기 시작한 엔화는 9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한때 달러당 1백11.80엔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주말 미 무역대표부 바셰프스키 대표가 "일본의 무역수지흑자를
더이상 용인할수 없다"고 발언한데다 오는 20일로 예정된 G7 정상회담에서
일본무역흑자 축소방안이 주요의제가 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으로
지적됐다고 한다.

일본의 금리인상 가능성, 유럽단일통화출범 차질예상 등도 엔화강세의
배경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사항은 이러한 강세가 어느정도로,
언제까지 갈수 있느냐는 점이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과거와 같은 급등은 없겠지만 강세기조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미국의 무역적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일본의 대미
무역흑자가 지난 4월에는 그동안의 엔저로 인해 전년동월대비 1백63%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니 미국이 수입확대 공세를 가속화할수 밖에 없다.

미국은 재정확대를 통한 경기진작을 요구하고 있지만 오히려 재정개혁을
추진중인 일본으로서는 수용할수 없는 입장이다.

결국 무역흑자가 줄지 않는한 엔화강세를 용인할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이렇게 보면 앞으로 우리경제에 미칠 영향은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해도
무리는 아닐성 싶다.

특히 최근들어 국내의 금리하락세가 나타나고 있고 불황의 영향이기는
하지만 임금이나 땅값안정도 가시화되는 조짐이 보여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도 살아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엔화강세는 더욱 힘을 발휘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엔화강세는 우리의 노력과 무관하게 나타나는 외생 변수여서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것 또한 사실이다.

또 이러한 환경변화에 따른 수출증가나 경기회복은 이 시점에서 그렇게
바람직한 것만도 아니다.

자칫 고비용-저효율 탈피를 위한 구조조정노력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가지 더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미국의 대일통상압력이 강화된다는
것은 우리에게도 비슷한 파장이 밀려올 우려가 크기 때문에 이에 대비하는
일이다.

어쨌든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생산성을 높이고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높은 금리와 물류비 등 고비용절감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아무리 엔화 강세가 이어지더라도 이러한 노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음을 다시 한번 강조해 둔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