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월트디즈니 최성수 부장(34).

애니메이션왕국 월트디즈니가 창조한 각종 캐릭터및 디즈니 고유자산의
국내 사용을 관리하고 촉진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언뜻보면 제가 하는 일이 월트디즈니의 이익을 창출하고 보호하는 일이
전부이고 국익에 배치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국내 캐릭터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남이 애써 개발한 캐릭터를
보호하는 분위기가 먼저 조성돼야 합니다"

한국월트디즈니는 세계 30여개국에 진출해 있는 월트디즈니 소비상품사의
지사중 하나.

디즈니 캐릭터를 사용하고자 하는 국내업체들과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하고
디즈니의 고유자산이 불법으로 도용되는 것을 감시한다.

이 밖에 각종 도서매체에 디즈니 스토리를 게재하는 출판업무, 디즈니음악과
노래를 음반매체로 만드는 음악사업, 디즈니 캐릭터를 이용해 교육.오락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사업 등도 한국월트디즈니가 벌이는
사업들이다.

"월트디즈니의 국내 진출을 기점으로 한국도 만화산업의 잠재력에 점차
눈을 떠가고 있습니다"

최부장은 국내 만화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 무엇보다 애니메이션 마케팅의
교과서로 통하는 월트디즈니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월트디즈니는 캐릭터 개발못지 않게 캐릭터 보호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캐릭터를 사용할 상품은 디즈니의 이미지에 적합하고 캐릭터 인지도를 고양
시킬수 있여야 한다는 것.

"디즈니 캐릭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조건을 갖춰야 합니다.

재미(Fun), 가족(Family), 안전(Safe) 등의 정신을 내포하지 않은 상품은
디즈니 캐릭터를 사용할수 없습니다"

그래서 백화점이나 시장 등을 돌며 디즈니캐릭터에 적합한 상품을 발굴하는
것이 최부장의 주된업무이다.

상품을 발굴한다고 일이 끝난 것이 아니다.

원작자의 뜻대로 캐릭터가 사용됐는지 상품이 디즈니 이미지를 고양할만한
것인지 끝까지 관여해야 한다.

"제가 발굴한 상품이 디즈니 캐릭터를 사용해 날개 돋친듯 팔리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국내 만화캐릭터시장은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2번째 규모를 자랑한다.

한국 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가 추산한 국내 캐릭터시장 규모만도 1조6천억원
에 달할 정도.

더구나 만화파생산업은 어린시절에 만화를 보고자란 이들이 경제력을 가진
학부모가 되면서 갈수록 발전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캐릭터시장의 면모를 살펴보면 변변한 국산 캐릭터 하나없이
미국 일본캐릭터들이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실정.

"앞으로 만화산업의 판도는 경쟁력있는 캐릭터 창출에 달려있습니다"

< 손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