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경제개발초기만 해도 일반인들에겐 감히 소유할수 없는 하늘의
별과 같은 환상이었다.

관용차나 특수한 부유층을 제외하면 사업용차가 주류였다.

지금 웬만한 중산층이 1가구 2,3대의 자가용을 굴리는 사례까지 있는
현실은 그야말로 꿈과 같은 일이다.

현대인들은 자동차와 결혼한다는 얘기도 있다.

취침하고 식사하는 시간을 빼고나면 집에 있는 시간보다 자동차속에
있는 시간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한국인들의 제1의 소원은 자기집을 갖는 것이었는데 요즘 세대는
내집마련에 앞서 자가용확보를 첫째로 꼽고 있으니 자동차와 결혼한다는
말도 과언이 아니다.

자동차산업계에는 하나의 경험칙이 있다.

1인당 GDP (국내 총생산)가 1천달러에서 3천달러정도의 범위에 들어서면
2륜차 (오토바이 등)에서 4륜차소유로 전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본이 그러한 전례에 속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혼다"가 2륜차만 생산하다 4륜차에 뛰어든 것도
그러한 물결을 탄 것이라고 볼수 있다.

76년 본격적인 국산차 "포니"가 생산되어 한국의 자동차시대를 연 것도
이같은 시대배경을 깔고 있다고 해야할 것이다.

2010년께가 되면 세계적으로 1인당 GDP가 1천~3천달러 범위에 들어서는
나라가 늘어난다.

중국은 3천달러가까이 되고 인도를 비롯한 남아시아국가들도 1천달러를
넘어서게 된다.

이 두지역의 인구만 합쳐도 28억명을 넘고 있어 최근 세계 유수의 자동차
회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5월말 현재 우리의 자동차등록대수는 9백89만대로 다음달초면 1천만대를
돌파할 것이라고 한다.

자동차 보유대수로 세계에서 15번째이며 1가구 1차 시대의 실현이다.

이것은 국가적으로는 경사지만 업계로서는 주름살을 걱정할 때이기도
하다.

국내 자동차판매량이 그전처럼 쭉쭉 뻗어나가기는 커녕 오히려
정체될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세계최고수준의 품질경쟁력을 갖춰 해외시장에서 승부를 걸수밖에
없다.

그건 업계의 책무라고 치고 남은 문제는 1천만대시대에 걸맞은 자동차
문화를 가꾸는 일이다.

교통사고율 세계최고라는 오명을 언제 벗어던질 것인가.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