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전에 골인지점이란 없다"

인기개그맨에서 잘나가는 카페주인으로, 또 성공한 사업가로 끊임없이
변신해온 (주)좋은사람들 대표 주병진(39)씨의 좌우명이다.

달랑 5천만원으로 속옷사업을 시작한지 불과 7년만에 매출 1천3백억원을
넘보게 된 화려한 성공도 그에게 새로운 출발을 위한 중간 기착지일 뿐.

지난 91년 백색천지였던 국내 속옷시장에 색색의 패션내의로 돌풍을
일으킨 주사장은 이제 "좋은사람들"을 초일류 토털 패션업체로 만들겠다는
또다른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전진하고 있다.

최근 자신의 성공스토리를 특유의 재치로 풀어낸 ''건방을 밑천으로 쏘주를
자산으로''를 펴내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면서 또한번 화제에 오른 주병진
사장을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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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난사람 = 김혜수 국제1부기자 ]

-책이 잘 팔리고 있다면서요.

"서점가 베스트셀러 부문 종합 4위까지 올랐다가 지금은 약간 주춤한
상태지요.

경영관련 서적부문에선 여전히 1등이라고들 하더군요"

-개그맨에서 사업가로, 이젠 작가까지 넘보다니 욕심이 많습니다.

어떻게 책을 펴낼 생각을 했습니까.

"팔아먹으려고요.

(웃음)

4년전쯤 출판사측에서 제의를 해왔습니다.

패션내의 "제임스딘"이 막 뜨기 시작하던 때였지요.

물론 제 인생이 책으로 써낼 만큼 파란만장하다거나 역사에 남을 만큼
엄청난 성공을 이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다만 좌절도 하고 극복도 하면서 조금씩 목표를 이뤄온 평범한 30대
노총각의 사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한창 개그맨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을때 사업가로 변신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어려서부터 꿈이 사장이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지독한 가난을 맛보게 됐지요.

부자들이 부러울수밖에요.

지갑안에 늘 만원짜리 지폐가 그득한 "배춧빛 승리"의 주인공.

그때 결심했습니다.

에이 나도 부자가 돼야지.

그래서 사장이 되기로 했지요.

부자들은 전부 사장인줄 알았으니까요.

그 꿈이 이뤄질 기회가 와서 주저없이 뛰어들게 된 겁니다"

-경영에 대한 지식도 전혀 없이 속옷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무모한 일
아니었습니까.

"학문적 지식이 사업성공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요.

그럼 경영학 교수들이 돈을 죄다 쓸어모으게요.

제 주특기가 "맨땅에 헤딩하기"입니다.

하고 싶으면 철퍼덕 저질러놓고 보니까요.

하지만 무턱대고 머리를 디밀진 않아요.

어디다 머리를 박아야 덜 아플까를 따져 보고 뛰어내립니다.

속옷사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느날 대중탕에서 대한민국 남성들의 속옷이 모두 비슷비슷하게 촌스럽다
는 걸 깨달았지요.

당시 속옷시장은 이른바 빅3라는 쌍방울 태창 백양이 꽉 잡고 있었습니다.

뒤집어보면 그만큼 끼어들 여지가 많다는 뜻이라고 생각했지요.

워낙 맨주먹으로 시작했으니 잃을 것도 없다는 배짱도 있었고요"

-주위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왜 하필 "빤스장사"냐고 난리였지요.

그깟 돈 가지고 제조업에 손대서 성공할 리가 없다면서 뜯어말리기도 하고.
하청업체들도 처음엔 "주병진씨 개그나 계속 하세요"라면서 상대도 안해
줬어요.

워낙 빅3의 아성이 굳건했고 몇천장 주문은 귀찮다는 식이었지요.

결국엔 끈질긴 부탁에 두손든 하청업체들이 제품생산을 맡아주긴 했지만"

-"좋은 사람들"은 이 불황에도 매출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면서요.

비결은 무엇입니까.

"불경기라곤 해도 속옷이야 안 입는 사람이 없지 않습니까.

우리 속옷을 입지 않은 사람들이 전부 공략대상이니 시장이야 아직
무궁무진하다고 봐야지요.

중요한 것은 세상을 읽는 힘입니다.

소비자의 눈으로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자세히 들여다보면 길이 보이게
마련이거든요.

그렇다고 항상 "해뜰날"은 아닙니다.

고속성장이란 외형적 화려함을 자랑하는 회사일수록 미처 내실을 충분히
다지지 못했다는 약점이 있지요.

순식간에 커버린 덩치를 효율적으로 추스를 소프트웨어가 약하다는
얘깁니다.

"좋은 사람들"에도 슬슬 이런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어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유명인으로서 사업을 하는데는 어려움도 많을 텐데요.

""단지 그대가 유명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여러가지 악성루머가 불거져
나옵니다.

회사자체보다 "누가 한다더라"에 초점이 맞춰지니까요.

누가 뒷돈을 대주네 하는 소문을 들으면 정말 속이 상해요.

한창 사업에 돈이 들어갈때는 서울에서 평택까지 하루에 밤무대를 4-5곳씩
뛰었습니다.

지방은 출연료가 두배였거든요.

말그대로 "몸바쳐서" 이룬 결실을 깎아내리려는 소문을 들으면 짜증납니다.

물론 덕도 많이 봤지요.

공짜선전을 많이 했거든요.

방송관계로 기자들을 만나면 "요즘 팬티장사를 하는데 너무 잘 팔려..."
라고 슬쩍 흘리는 겁니다.

자연히 "주병진 사업한다"고 선전이 되더군요"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답지 않게 "튀는" 아이디어의 원천은 무엇입니까.

"머리가 복잡해지면 마구 달리곤 합니다.

쉴새없이 내닫다 보면 옆으로 건물도 지나가고 전봇대도 지나갑니다.

온갖 잡생각도 따라서 지나가지요.

그렇게 머리를 자유롭게 해주고 나면 아이디어가 펑펑 샘솟습니다"

-내세울만한 장점이 있다면.

"꿈을 꿈대로 놔두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현실로 이뤄내고야 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후자에 속해요.

늘 새로운 꿈을 꾸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 내면서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부자의 꿈도 그렇지요.

지금은 부자니까요.

재산이 얼마 이상이라야 부자라는 법조항은 없지 않습니까.

분명히 꿈을 이룬 셈이지요"

-부자가 되려는 꿈을 이뤘다면 다음 꿈은 무엇입니까.

"더이상 "매출 얼마 달성"이나 "빅3 따라잡기"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다만 사업을 훌륭히 키워내서 능력있는 경영인으로 인정받고 싶어요.

무엇보다 가장 큰 꿈은 나중에 주위 사람들에게 "그놈 한번 열심히 살았군"
이란 평가를 받는 것입니다"

-결혼에 대한 꿈은 없나요.

"하고 싶지요.

이젠 결혼할 기반도 갖춰졌고.

언젠가는 그 꿈도 이뤄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어머니는 지금도 "니가 이담에 결혼하면..."이라고 말씀하세요.

너무 "이다음"은 아니어야 하는데"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