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의가 몸에 착 달라붙어 자연스럽게 체형을 드러내주는 "모즈룩
(Mods Look)".

지난 60년대를 풍미했던 영국의 록그룹 비틀즈가 즐겨입어 "비틀즈 룩"
이라는 이름이 붙은 영국풍의 모즈룩이 다시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머지않아 몸에 달라붙는 피트(fit)형의 영국풍 정장이 80년대이후
남성복시장을 장악해온 박스형의 이탈리아풍 옷을 밀어내고 남성정장의
주류로 자리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다.

여성의류도 사정은 마찬가지.

무릎을 살짝 덮는 스커트(일명 샤넬라인), 몸에 착 달라붙으면서 아래로
갈수록 폭이 넓어지는 판타롱바지, 어깨선이 타이트한 재킷..

60년대 유럽여성들을 연상케하는 스타일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영국계 복고풍 의류를 본뜬 태승트레이딩의 "모리스 커밍홈"이 20대초반
여성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남여의류뿐만 아니다.

선글라스 핸드백 구두 운동화 등과 같은 패션상품은 물론 건빵 과자
도서등 식품과 문화상품에 복고풍 바람이 거세게 불고있다.

선글라스의 경우 굵은 테와 커다란 안경알을 특징으로 하는 복고풍
경향이 올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기에 인기TV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가 복고바람을 부추기는 촉진제
역할을 했다.

드라마의 주인공 안재욱이 착용한 "자니베르사체"가 복고풍에 불을
지른 것.

20만원대의 고가품임에도 불구하고 매장마다 고객이 줄을 이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의 안경매장은 자니베르사체 선풍에 힘입어 지난
4, 5월중 각각 9천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3백%나 늘어난 규모다.

임홍녕 롯데백화점 잡화바이어는 "각 백화점들이 물량확보에 비상이 걸려
수입업체에 막무가내로 매달리는 실정"이라고 귀띔했다.

수입업체인 S무역은 1만장으로 잡았던 올해 주문량을 5만장으로 늘려
추가주문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있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버뮤다팬츠가 핫팬츠를 몰아내고있는 것이나
남성정장의 상의 버튼이 3~4개로 늘어나고 조끼가 필수품화하는 것도
복고풍의 위력을 입증하는 또 다른 사례로 꼽힌다.

버뮤다팬츠는 지난 60~70년대 미국 해군들이 애용하던 것으로 그 시대의
대표적인 반바지였다.

서너개의 버튼에 깃이 위로 올려붙은 남성 상의도 50~60년대 유행하던
패션이다.

재킷 핸드백 신발 액세서리등은 "투명"과 "노출"을 특징으로 하는
70년대풍의 시스루룩(See Through Look)이 리바이벌돼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가고 있다.

망사티셔츠, 스트랩슈즈(가느다란 띠로 발을 감싸는 샌들), 내용물이 훤히
보이는 핸드백등이 시스루룩을 구성하는 주요 품목들이다.

기존의 운동화와 달리 발가락이 훤히 보이는 베네통 브랜드의 투명
운동화도 일종의 시스루룩이다.

라이터와 같은 소품시장에 부는 복고바람도 흥미롭다.

뚜껑이 덮히는 옛날식 지포라이터가 터보 가스라이터를 압도하고 있는게
그중 하나의 사례.지포라이터는 전문점까지 등장했다.

어린 시절에 대한 중산층의 향수를 겨냥해 롯데제과 해태제과 등이 선보인
보리건빵과 누룽지과자가 신세대들의 입맛을 자극하고 있는 것도 복고풍의
영향이다.

복고화 바람은 기계적인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보수회귀 심리와
맞물려 있다.

손주희 신세계백화점 수석디자이너는 "패션상품의 복고바람은 세기말에
나타나는 자연회귀와 과거에 대한 동경과 같은 현대인의 심리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의 길" "아, 박정희"와 같은 박정희 전대통령관련 소설및 회고록이
꼬리를 무는데서 알 수있듯 복고풍의 확산에는 불신과 혼돈으로 집약되는
최근의 사회분위기가 한 몫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오재경 신세계백화점 캐주얼바이어는 "비틀즈룩에는 기성문화에 대한
반항과 새로운 변신을 추구하는 비틀즈적 철학이 담겨있다"며 "이런
비틀즈룩이 인기를 모으고있는 것은 국내 정치 사회상황과 무관하지않다"고
분석했다.

패션상품에서 기호품 식품 문화상품으로 세력을 넓혀가는 복고주의
바람은 현대인들의 불안심리와 맞물려 당분간 맹위를 떨칠 전망이다.

< 강창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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