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기 후진국은 그렇다쳐도 근래 미국에서도 교육받기를 기피하는 일부의
경향에 걱정이 태산이다.

희한한 것은 너무 뜨거운 교육열이 망국지병인 한국적 현실이다.

나라의 자랑인지 수치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교육과열의 가장 큰 부작용의 하나로 95년 한해 지출된 사교육비 총액이
13조5천억원에 이르렀다는 소비자보호원추정에 사회가 경악한 것은 지난달
하순의 일.

다시 탈세등 갖가지 수단으로 그 엄청난 교육비에 기생, 배를 불려온
악덕 학원주 강사 교사들이 지난 3일 줄줄이 검찰에 입건돼 민심을 또
흔든다.

그러나 이 경우의 경악은 처음 마주하는 엄청난 사실에 대한 경이가
아니라 언제나 똑같은 평이성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 경악이란 사회가 송두리째 놀라는 큰 사회병리일수록 어떤 계기마다
폭로되는 비리들이 전혀 새롭지 않다는 것이 그 첫째요.

그럼에도 국민 모두가 번번이 흥분하고 실망하는 끊임없는 반복현상이
둘째다.

보자.

저제나 이제나 병원체 지근거리에 있는 당국자들이 평소 전혀 감지할수
없던 범법사실을 어렵사리 적발한 것도, 선의의 피해자로 간주되는 국민들
마져 딱히 완전 타의로 당했다고 강변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정상수입으론 불감당인 과외비용 마련에 비록 체면깎는 고행을 한
모정이라곤 해도 그것으로 쌍벌성이완전 저각돼도 과연 괜찮은가.

말이 그렇지 일류대 진학에 과외비를 월 일이백만원 넘겨 써야하는
현실은 사회 가치균형의 파괴다.

그것도 여유가 있어서라면 모르되 조달을 위해 부엌살이를 마다않을
모정이라면 수혜자녀 아닌바에야 누군들 감놔라 대추놔라 간섭할 권리가
있다는 말인가.

물론 교육은 국가 대계라 공교육이 수요 대부분을 충당해야 옳다.

만일 그 자라에 사교육이 파고들어 돈벌이를 만끽토록 방치 조장한다면
여기말고 국가형벌권이 개입할 곳이 또 있을수 없다.

도박으로 수십억을 날린다는 풍문이 자자할만큼 학원재벌이 수북히
무성한 현실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대형학원들의 오랜 치부가 공연한 사실일진대 마땅히 그것은 완전합법
사업이어야 한다.

거액 상습탈세가 이제 발각됐다고 법석을 떪은 얼만큼이 진실이고
얼만큼이 장식인가.

더욱 놀라운 것은 보충학습 학원이란 무수한 영세학원들의 너무 공공연한
성업 비리다.

학교수업 보충이란 명분에 수십만원 과외비를 별별 명목으로 떳떳이
거둬온 실정을 비로소 요란스레 손대는 교육-지방행정-사직 당국들의
몸짓을 시민은 어떤 마음으로 바라봐야 옳은가.

뿌리깊은 사회비리가 모두 그렇듯 사교육 비리야 말로 자식을 가진
국민이라면 알만큼 다 아는 비밀이다.

곪아 터지도록 조장한 것은 사회전체의 공범이고 최소한 역대 교육
당국자부터 예외없이 정범으로 처벌돼야 마땅한 일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