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산업화시대에서 정보화시대로 가는 대 변혁의 시대에 놓여
있기 때문에 지도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기업가는 변화의 첨병으로서 누구보다도 변화의 방향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요구되는 기업내의 변화와 사회적 변화에 대해서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변화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때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계의 역할은 무엇일까.

정보화 세계화 인간화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세가지 큰 변화이나 정보화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의해서 거리에 관계없이 누구하고나 1대1로 대화할
수 있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생산체제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산업화 시대는 우리의 고객이 누구인지 몰랐기 때문에 평균적인 수요를
예측하여 대량생산하였으나 이제는 고객 한사람을 파악할 수 있기때문에
고객의 욕구를 개별적으로 충족시켜주는 1대1생산체제라 할 수 있는 대량
고객생산체제(mass customization)로 바뀌고 있다.

대량생산체제는 원가로 경쟁하지만 대량고객생산체제는 품질로 경쟁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산업을 지탱하는 주력산업인 가전 조선 반도체 자동차
유화 등은 대량생산체제로 되어있기 때문에 환율변동에 따라 좌우되는 약한
체질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산업을 대량고객생산체제로 바꾸어 나가는 것이 재계의 역할이다.

대량고객생산체제로 가는 관건은 고객의 욕구를 파악하고 충족시켜주는
설계기술이므로 이 분야의 기술개발에 진력해야 할 것이다.

산업구조를 고도화시키는 것은 첨단산업분야로 들어가는 것만 아니라
오히려 중요한 것은 기존의 모든 산업에서 기술개발이 이루어져 고객 한사람
한사람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대량고객 생산체제를 지향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서 경영층에서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하려는 개방적 사고와
종업원의 참여에 의해서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려는 도전적 사고를 조장
함으로써 사내벤처가 활성화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근 정부는 벤처기업육성에 노력을 기울이면서 제조업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수퍼마켓도 새로운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아이디어를 가지고
사업을 하면 벤처인 것이므로 특정산업을 육성하는 것과 같은 산업정책보다는
규제를 완화하여 경쟁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인력,
벤처자본이 쉽게 결합되어 전 산업에 걸쳐서 혁신이 일어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세계화는 세계전체가 하나의 시장이 되는 국경이 없는 경제로 바뀜에 따라
국적에 관계없이 자원을 활용하고 세계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내는 세계경영을
해야 한다.

정보화 시대에는 생산설비 및 연구개발에 큰 투자가 요구되므로 세계
시장을 상대로 세계의 상품을 만들어 팔지않으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최근 대우가 세계경영에서 하나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듯이 보인다.

신차를 만들면서 외국의 유명 엔지니어링 회사와 협력하고 영국과 독일의
현지 법인에서 개발된 기술을 도입하여 한차원 높은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
하였다고 한다.

이제 우리의 인건비는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갔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싸구려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는 성공할 수 없다.

세계화되는 시대에 중요한 것은 개방적 시각이다.

세계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입품이라도 좋은 것을 써야 하기
때문에 수출을 장려하고 수입은 억제하는 정책은 점진적으로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핵심부품에 자체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제는 외국에서 외국
기술자를 데리고 기술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술도 큰 제약조건은 아니다.

문제는 문화이다.

지역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그 지역에 뿌리를 내리는 것과 세계전체 관리자
들에게 일관성있는 기업이미지를 심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상대국가의 문화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갖고 있지
못하고 정보수집도 체계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기때문에 지역전략에 필요한
시장정보력에서 뒤지고 있다고 한다.

이 점 우리 재계가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인간화는 지시에 따라 일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해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는 자율경영을 말한다.

이는 기업경영의 목표를 이익보다 종업원의 잠재력 개발에 두는 것을
말한다.

잠재력 개발은 혁신적 아이디어가 받아들여지는 개방과 분위기와 실패를
무릅쓰고 기술개발하는 도전정신이 있을 때 가능한데 여기서 강조되어야 할
것은 개방성과 도전성은 도덕적 순수성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이다.

최근 한보사태로 우리 사회가 혼란속에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도덕적 환경적 차원에서 기업윤리현상을 제정함으로써 인간적 경영의 기초를
마련하고 신뢰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인간적 경영의 기본은 자율과 경쟁이다.

특히 정보화 시대의 가장 중요한 특징인 변화와 경쟁은 자율과 경쟁의
시장경제원칙이 기업경영이나 경제운용에 적용되어야 할 당위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자율과 경쟁이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조직내에 기업가 정신이 살아난다.

자율은 기능과 계층으로 특징지어지는 관료제도를 타파하는 것이다.

지금 대부분의 한국기업에서 중간관리자들이 느끼는 기분은 일다운 일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관리자들은 자기 하고 싶은 일하는 것이 아니라 기능과 계층에 의해서
지시위주로 주어진 일을 처리하다보니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고 어차피
월급은 나오는 것이니 수동적인 것을 오히려 편하게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는
것이다.

정보화 시대는 통제에서 창조로 이행하는 시기이다.

각자가 스스로 책임지는 프로젝트를 만들어 가치를 창조해 나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 관료도 기업가가 되어야 한다.

예컨데 멀티미디어단지(MSC)프로젝트를 만들어 추진하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수상은 기업가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시장경제의 다른 측면인 경쟁은 책임을 지는 것이고 결과를 요구하는
것이다.

우리는 평등의식이 강하여 평가에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고 회사에
따라서는 발탁인사를 하면 본인이 괴로워 하고 주위의 압력때문에 도태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연봉제를 도입한 기업에서 조직이 활성화되고 성과가 좋아
지고 있다고 하는 것은 평가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자원은 유한한데 벌리는 일이 너무 많다든지 열심히 해도
안되는 사업을 30년동안 적자를 보면서 한다는 기업이 있다는 것은 기업내에
성과지향적 분위기가 결여되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재계는 이러한 변화의 방향에 기초를 둔 새로운 비전으로 국민을 설득하고
변화를 주도해 나감으로써 시민사회운동의 기수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