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학생들의 주머니를 털어내다니"

413번 지역순환버스가 서울대 학생들의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95년 신설돼 서울대 전철역 부근 관악구청 앞에서 서울대 구내
순환도로를 운행하는 이 버스의 요금이 너무 비싸다는 것.

"학교 정문 앞에서 신림 9동이나 봉천동 쪽으로 운행하고 있는 마을버스와
서비스 내용은 같으면서 값은 시내버스요금을 다 받고 있다"(서울대
계산통계학과 3년 윤진훈씨)는 불만이다.

서울대 구내를 운행하는 유일한 버스라는 점을 이용, 학생들에게 폭리(?)를
취하고 있지 않느냐는 얘기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이같은 불만을 수렴, 최근 4백30원으로
인상됐던 413번 지역순환버스의 버스요금을 인상전인 4백원으로 되돌렸다.

서울시가 시내버스 요금인상을 발표한 직후 413번 버스를 운행하는
한남운수측에 찾아가 "인상된 요금을 받을 경우 승차거부운동을 펴겠다"며
요금을 인상치 말 것을 촉구, 양보를 받아낸 것.

한남운수측은 10%에 불과한 일반 이용 시민들에게도 이 요금을 차별없이
적용하기로 약속했다.

학생들은 그러나 이것도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마을버스 요금은 2백50원인데 이보다 운행거리가 짧은 413번 버스 요금이
두배 가까이 비싼게 말이 되느냐는 것.

금속공학과 4년 한훈씨는 "413번 지역순환버스는 냉방 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것이 일반 마을버스와의 유일한 차이점이지만 승객들이 짐짝처럼
실려가야 하는 출퇴근 시간에 이를 이용할 땐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물리학과 4년 허진씨는 "학교측이 주차난으로 대학생들은 대학 구내에
자가용을 몰고 들어오지 못하게 해 수업시간에 쫓긴 학생들이 그동안 울며
겨자먹기로 413번을 이용해 왔다"며 "413번 버스요금을 마을버스 요금 수준
으로 인하해 주든지 그것이 어렵다면 차라리 이와 경쟁할 수 있는 순환도로
운행 마을버스 노선을 새로 허가해 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10 안팎의 단거리를 운행하는 지역순환버스는 서울 시내버스운송사업
조합 소속으로 시에서 지난 95년부터 시행, 현재 신내동 석계역 장안동
신설동 등 44개노선 3백10대가 운행되고 있다.

< 김주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