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 올림픽 파크 주변에는 4개의 원통을 겹쳐 놓은 듯한 커다란 빌딩이
눈에 띤다.

4기통 실린더를 모델로 건설한 이 빌딩이 바로 고급차의 대명사인 BMW사
본사다.

이 회사에는 오랜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바로 "감원은 없다"라는 대원칙이다.

지난 80년대나 90년대 초기에 겪었던 불황에도 이 원칙은 흔들리지 않았다.

벤츠나 아우디 폭스바겐 등 다른 독일 완성차 메이커들이 감원 공장정리
등 감량경영을 단행했지만 BMW사는 한사람도 감원시키지 않았다.

이 회사가 고용안정을 강조하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도 협력적 노사관계를 위해서다.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할때 노사간 상호신뢰와 믿음이 두터워지고 생산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잉고 하이니쉬 인사부장은 "일시적인 비용문제를 따져서는 안된다"며
"종업원을 위한 정책이 있을때 종업원들은 회사를 믿게 되고 이는 곧
회사발전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다시말해 고용안정대책이 노사관계를 발전시킬뿐 아니라 근로의욕도 고취
시킬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이회사는 생산적 노사관계의 구축을 고용안정에서 찾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노.사는 이같은 전통을 계승하는 내용의 새로운 협약을 맺었다.

"아르바이트자이트 콘토(Arbeitzeit Konto)".

우리말로 직역하면 "노동시간 저축시스템".

이시스템은 한마디로 경기가 좋을 때는 1주 35시간인 노동시간을 추가로
연장하는 대신 경기가 나쁠 때는 노동시간을 줄이는 식이다.

대신 초과 근로시간에 대해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임금은 노동시간이 많을 때나 적을 때나 똑같이 월급제로 받는다.

한마디로 경기상황이나 회사 경영상황과는 무관하게 안정적인 임금과
일자리를 보장하는 제도다.

경기가 좋을 때 일을 많이하고 초과수당을 받다가 경기가 나쁠 때 대량
감원되는 다른 회사와는 확실히 구분된다.

"변형 근로시간제"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최근 우리나라가 도입한 제도와는
차원이 다르다.

우리의 경우 1달을 기준으로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운용한다는 차원이지만
BMW사는 기본적으로 1년, 길게는 7년이라는 자동차 경기 사이클을 분석해
노사가 함께 마련한 정책이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고용과 임금이 보장되니 좋고 회사측에서는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할수 있어 괜찮다.

또 감원을 했다가 경기호전으로 다시 생산량을 늘려야 할 경우 새로 채용할
인원을 교육시킬 때 들어가는 각종 비용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BMW사는 올해 생산량 감소로 6백여명의 잉여 인력이 발생한
레겐스버그 공장 노동자를 감원하지 않고 이 협약을 적용해 노동시간을
줄이는 쪽을 택했다.

한스 귈터 니클라스 레겐스버그공장 직장평의회장은 "무한경쟁시대에서도
감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서로 합의한 내용"
이라고 설명한다.

아무리 경영상태가 악화돼도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을 보장함으로써 근로
의욕을 고취시키고 있는 회사측의 독특한 경영방침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이 회사는 이와함께 공장간 생산량 증감에 따른 인력전환도 고용안정을
위한 보완책으로 활용한다.

시장 수요변화에 따라 인력이 남거나 부족한 공장간에 인력을 서로 유연
하게 교환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딩골핑공장으로 뮌헨 란트슈트레겐스버그공장에서
모두 4백71명이 옮겨 왔다.

물론 강요가 아닌 희망자에 한해서다.

이들은 희망할 경우 다시 이전 공장으로 옮겨 갈수도 있다.

이 또한 BMW사가 자랑하는 고용안정책의 하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