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 동서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WTO(세계무역기구)의 출범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자본시장과 증권산업은 본격적인 개방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나라의 증권시장은 미증유의 활황을 보였던 80년대
후반을 지나 90년대 들어서는 이전과는 명암이 교차하는 장기침체에 빠져
있다.

이러한 국내 주식시장의 침체 현상은 6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까지의
미국증시의 움직임과 흡사하다고 할수 있다.

전후 미국의 경제황금시대라 불리는 50, 60년대가 끝날 무렵인 60년대 후반
부터 80년대 초까지의 다우주가지수는 500포인트에서 1,000포인트대 사이에서
형성된 박스권내에서 등락만 거듭했다.

당시 미국의 주식시장은 70~75년에 걸처 개인주주 수가 3천65만명에서
2천5백27만명으로 실로 5백만명 이상 감소하여 "주식의 암흑시대"라고도
불린다.

얄궂게도 주식시장이 극도로 부진의 늪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주식위탁매매
수수료의 본격적인 자유화 검토가 이루어졌다는 점(75년 5월1일 전면 자유화
실시)도 지금의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그러나 87년 10월 블랙 먼데이라는 주가 대폭락의 경험을 끝으로 97년
5월12일 현재 다우지수는 7,200포인트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소위 "주식의 암흑시대"에 순자산의 감소로 투자자에게 외면을 당했던
뮤추얼펀드는 개인투자자와 연금기금의 자금을 폭 넓게 끌어들여 96년 12월말
현재 순자산 잔고가 약 3조6천억 달러로 상업은행의 예금잔고(96년 12월말
약 2조7천억달러)및 생보회사의 운용자산 (96년 12월말 약 2조2천억달러)을
크게 상회하여 주식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점을 통해 미국의 주식시장이 "주식의 암흑시대"를 어떻게
대처해 왔으며 오늘의 활황세를 자랑하고 있는지를 뒤돌아 보는 것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전망하는데 있어 많은 참고가 될 것이다.

최근 7년간 미국의 증시가 지속적인 상승기조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근본적
으로 미국경제의 건전한 성장에 기인하지만 주식의 암흑시대에 미국 증권당국
이 증권시장의 부활과 활성화를 위해 시장기능 강화 등 각종의 인프라 정비를
꾸준히 추진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에 따른 제도정비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수표발행 기능을 갖춘 단기금융자산 투자신탁(MMF)의 도입(71년)

2> NASDAQ 가동(71년)

3> 세금우대조치가 있는 개인퇴직계정(IRA)의 창설(74년)

4> 종업원 퇴직소득 보장법(엘리사법)의 제정(74년)에 의한 연금법 정비

5> 수수료 전면 자유화 직후 랩 어카운트 등장(75년)

6> 상장주식의 거래소 집중원칙의 철폐(75, 80년)

7> 자산집중관리계좌 CMA의 개발및 판매(76년)

8> 현재로서는 기업연금의 주류가 되고 있는 확정갹출형연금
401(K) 플랜트 창설(78년)

9> 자본소득 최고세율의 대폭적인 인하(79년:49->28%) 등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와 같은 시장진흥을 위한 인프라 정비가 80년대 이후
시장의 재생으로 이어지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80년대들어 새롭게 "막강한 미국의 부활"을 슬로건으로 내건 레이건 대통령
은 대규모의 투자 감세및 소득 감세로 규체 철폐를 축으로 하는 소위 당근과
채찍을 병행한 대담한 레이거노믹스 정책을 추진해 전후 최대의 불황(81년
7월~82년 11월)으로부터의 탈출에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82년 후반들어 시장 인프라 정비조치의 효과와 맞물려 주식시장도 활기를
띠기 시작하여 주가도 장기간의 박스권에서 탈출하였고 79년 8월13일자
"주식의 죽음"이라는 특집기사를 펴낸 비즈니스 위크지는 미국주식시장의
눈부신 부활상을 눈앞에 두고 83년 5월9일자에서 "주식의 부활"이라는
타이틀의 기사를 싣기에 이르렀다.

이상과 같이 미국은 세제면을 포함한 시장기능 강화를 위한 인프라 정비의
경기회복정책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주식시장의 부활과 경제의 재생이
가능하게 되었다.

활력있는 주식시장은 활력있는 경제와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한국경제의
재생과 주식시장의 부활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한국은 곧 다가올 경제회복에 대비, 증권시장의 인프라 정비를 추진해
활력있는 증권시장을 열 준비를 해야만 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증권시장을 세계적으로 매력있는 시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자본시장과 증권산업에 대한 비효율적인 규제를 최소화함으로써
민간의 창의와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되고 시장원리가 존중될수 있는 새로운
증권정책과 추진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진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