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의류업체인 이랜드가 서울 노원구 중계동 센토백화점의
새 주인이 됐다.

이 백화점을 운영하던 모아유통이 자금난 상품난 영업난등 "3난"을
이기지못하고 부도를 내자 채권자들이 경매에 붙여버린 것이다.

이랜드는 이 지역 만년 꼴찌의 이 백화점을 "2001아울렛 중계점"이란
상설할인매장으로 변신시켜 차별화에 성공했다.

이랜드는 의류판매의 노하우를 활용, 아웃렛매장을 중심으로 손님을
모으기 시작했다.

품질좋은 국내외 상품을 발굴, 식품 가구 인테리어용품까지 값을 대폭
깎아 팔았다.

지난 1월말 영업에 나선지 4개월만에 노원상권의 다크호스로 등장, 인근
미도파백화점 한신코아백화점을 위협하고있다.

이 점포가 손님을 끌수있는 요인은 이같은 가격경쟁력뿐만아니라
지역상권에 맞게 점포를 구성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주민의 상당수가 20-30대 주부들인 점을 감안, 4층 전체를 유아동복
매장으로 꾸몄다.

또 점포내부를 투박하게 꾸미는 할인점의 상식을 뒤집고 백화점
수준으로 매장내부를 고급화, 신세대 주부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2001아울렛 중계점의 경우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위한 차별화전략에
성공한 사례이다.

점포.상품.서비스의 차별화에 나서지않으면 생존할수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차별화"가 유통업체들의 화두로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통업체들은 차별화전략의 하나로 점포를 뜯어고치는 실험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탈백화전략"도 차별화의 사례로 꼽힌다.

백화점에서 가구 가전 생활용품등 할인점에 비해 경쟁력이 약한 상품을
빼버리고 백화점을 부가가치가 높은 패션전문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빼낸 상품은 별도의 전문매장인 가구전문관 혼수용품전문관 가전전문관
등으로 특화시켜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고있다.

반병오 신세계백화점 본점장은 "백화점이 패션전문점화되는 추세는 과거
일본과 미국에서 할인점과 양판점이 비약적인 성장을 하던 시기에 나타났던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저비용구조로의 경영개혁도 생존의 관건이 될것으로 관측된다.

저비용 점포운영(Low Cost Operation)은 특히 할인점들에 최대의 과제로
떠오르고있다.

다른 점포보다 더 싸게 팔지못하는 할인점은 도태될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할인점의 저비용운영은 다점포화와 시스템화(표준화)로 가능하다.

다점포를 통해 구매력(바잉파워)을 높임으로써 상품단가를 최대한
낮추고 상품배송.진열등을 표준화,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나가야한다는
얘기다.

국내 유통업체들은 지난 94년이후 다점포화에 힘을 집중해 어느 정도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높은 땅값은 표준점포건립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있다.

고지가와 고금리가 할인점의 저비용구조를 가로막는 최대의 걸림돌이
되고있다.

신민균 킴스클럽본부장은 "미국의 경우 6백만-1천만달러 정도이면 할인점
하나를 지을수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5배이상이 들기때문에 표준화된 점포를
짓기 힘들다"고 말했다.

땅값때문에 이미 지어진 건물을 임차해 들어가거나 백화점내에 복합형태로
출점할 경우 표준화는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연 12-13%에 달하는 금리때문에 연 3-4%의 싼 자금을 들여다
장사하는 외국유통업체에 맞대응하기가 힘겨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유통업체들의 수익성도 점차 악화되는 추세이다.

백화점의 매출이익률(마진)은 평균 21.7%.여기에 판매관리비를 제외한
영업이익은 5.8%이다.

최근 세일이 봇물을 이루면서 마진은 20%선으로 떨어지고 불황으로
판촉비가 더 지출돼 영업이익은 4%이하로 떨어졌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울상이다.

할인점의 경우 매출이익률은 11.3%로 백화점의 절반수준.

영업이익과 경상이익이 각각 3.9%와 1.5%이다.

너도 나도 할인점사업을 시작하고있지만 1천원어치를 팔아 15원을 남기는
어려운 장사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는 애당초 거리가 먼 셈이다.

변명식 장안대 유통경영학과 교수는 "대기업들의 잇단 참여로 유통시장은
이미 공급과잉현상을 초래하고있다"며"이 와중에 한정된 인적.물적자원이
한곳에 집중되지 못함으로써 세계적인 유통전문기업 탄생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손쉬운 장사를 해왔던 기존 유통업체와 과감한 시장공략에
나서는 후발업체들.

이들 업체와 시장개방으로 한국시장에 뛰어든 외국유통업체들이 뒤엉켜
한치 양보없는 상권장악전쟁이 벌어지고있다.

앞으로 차별화와 저비용경영에 실패한 업체는 도태되거나 몰락의
길을 걷게 될것으로 보인다.

< 강창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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