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의 원동력인 석유자원이 오는 2000년대 중반께 고갈될 것이란
주장을 놓고 과학자와 석유업계간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네이처지 최근호에 따르면 미국 오하이오주 톨레도대학의 크레이그 B 하트
필드 교수는 하루 6천9백만배럴에 달하는 석유소비량을 대폭 줄이지 않는한
현재 1조배럴로 추산되는 석유매장량이 2036년께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트필드 교수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5천5백억 배럴의 석유매장량을
감안하면 21년을 더 견딜 수 있지만 석유생산량의 실질적인 감축이 앞으로
20년내에 현실화될 것"이라며 "경제에 미칠 파장을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석유업계는 이에대해 너무 비관적인 전망이라고 응수하고 있다.

적어도 2050년까지는 석유자원 고갈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게 세계
에너지위원회(WEC)의 반응이다.

WEC는 주요 석유공급국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다.

WEC는 또 "지난 1백40년간 있어왔던 석유공급에 대한 전망은 늘 틀렸다"며
"이는 새로운 유전발견과 채취기술발전에 기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석유생산량이 줄면 가격이 올라 수요는 자연스레 줄어들게 마련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트필드 교수는 그러나 석유가격의 상승이 세계적인 경제불안으로 이어질
것으로 믿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석유수출을 중단했던 70년대 석유가격은 4배나
뛰었고 이는 각국이 두자릿수 물가상승에 시달리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3천억배럴 가량 늘어난 석유매장량 역시 OPEC 비축량의
재평가에 의한 "허수"이며 새로운 유전발견은 88년이래 전무했다고 강조했다.

생활수준 향상에 따른 석유수요량의 증가는 85~95년 사이 16%에 달했으며
특히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지역국가의 경우 이기간중 40%나 수요량이
뛰었다고 설명했다.

석유수요량 감축을 유도할 이산화탄소 방출량 규제에 대한 정부간 협의
에서도 경제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신흥공업국들의 석유소비감축을 설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다가 대체에너지를 위한 기술개발은 석유로부터 생산된 원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석유가격 오름세는 곧 대체에너지 가격의 상승을 동반, 경제성을
맞출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트필드 교수는 결국 석유를 덜 쓰도록 하는 각국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요구되며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대체에너지 개발연구에 대한 투자를 지속
하는 것만이 석유자원 고갈에 따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