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호 < LG텔레콤 사장 >


사교육비가 13조원을 넘어 과다하게 지출되고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그러나 현대사회의 특징이 개성화와 다양화에 있음에도, 공교육이 개인의
특성보다 여러사람의 공통성에 기준하여 교육해야 하는 한계성에다 낙후된
교수법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한 사교육은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된다.

국가에는 영재교육을 필요로 하는 학생도 있고, 운동이나 예술활동 등
재능을 살려야 할 학생들도 있다.

또 이들의 교육을 통하여 자기의 전공에 정진하는 직업인도 있고 학비를
조달하는 대학생도 있다.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사회현상이다.

부모의 경제적 부담이나 아이들의 시간활용은 자기능력에 맞추어 조정해야
할 가족문제이지 사회문제가 아니다.

다만 사회에서 사교육을 강요하는 요소가 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교육은 학생들이 장차 현실세게에서 보람되게 일하고 성과를 올리면서
충실한 삶을 살아가게 하기 위한 준비과정이다.

사회적으로 교육은 하류 계층에서 상류 계층으로 올라서는 기회도 제공
하고, 영국에서처럼 계급사회의 유지를 목적으로 계층의 상승을 막는 장벽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지금처럼 과도한 사교육비가 지출되는 이유가 직업선택과 승진에 유리
하다고 생각하여 명문대학에 입학하려는 열성때문이다.

교육을 받고도 살아갈 가치가 없는 생활을 할 "인텔리 거지"들이 양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우리 사회는 유능하고 용기있는 젊은이들이 출신학교나 재력에 관계없이
직장에서 승진하고 사회의 상층신분으로 오를 수 있는 "전문가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지연, 학연, 혈연만으로 구성되는 조직이나 사회는 경직되고 획일적인
문화(Mono culture)를 갖게 되어 현대사회의 특성인 다양성을 수용하지
못하므로 발전하기 어렵다.

사교육비를 줄이려면 17세기 인쇄된 교과서가 보급되면서 정립된 교수법을
아직도 모방하고 있는 공교육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하다.

학생들은 집에서 오디오, 비디오와 컴퓨터를 활용하는 시대이다.

학생들이 싫어하고 실용성도 없는 과목까지 구식 교수법으로 평균화시켜
아이들을 공장의 규격제품과 같이 만들어서는 안된다.

개개인의 강점을 찾아서 전문화 시키도록 교수법을 현대화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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