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 우즈넘(39,영국)이 우승한 97 유럽PGA선수권이 끝난 것은 런던시간
으로 월요일인 26일 오후 6시쯤.

시상식을 마친 후 그는 막바로 히드로 공항으로 달려가 밤 9시10분에
이륙하는 대한항공 908편을 탔다.

11시간을 날아 서울에 도착한 것은 화요일인 27일 오후 4시경.

그는 6시쯤 숙소인 리츠칼튼호텔에 들어왔고 간신히 샤워만 한 후 7시에
시작되는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 인터뷰는 합동기자회견 직후 이뤄졌다.

불 보듯 뻔한 그의 강행군과 "몸이 생명인 프로세계의 현실"을 감안할 때
그와의 단독 인터뷰는 사실 극히 "미안한 자리"일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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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김흥구 < 전문기자 > ]


<> 대단히 피곤할텐데 컨디션은 어떤가.

"비행기에서 푹 잤다.

프로세계에서 이번과 같은 강행군은 종종 있는 일이다.

미국으로 건너가 시합할 때도 비슷한 시차는 있다.

좋은 게임을 보일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


<> 이번에 우승한 유럽PGA선수권은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오픈 다음으로
유럽에선 가장 큰 대회이다.

거기서 88년이후 9년만에 우승했으니 감회가 남다를텐데.

"이번 우승은 내 골프의 재기를 명백히 증명했다는 의미가 있다.

지난 수년동안 나는 "내가 과연 다시 우승할 수 있을까"하고 회의를 품었던
시기까지 있었다.

그것은 허리가 안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올들어 아이언이 작동하기 시작했고 퍼팅도 말을 듣기 시작했다.

지금 내 기분은 아주 편안하고 자신감에 차있다.

골프가 잘 되는 흐름이면 자꾸 시합을 하고 싶어 지는데 지금 내가 바로
그렇다"


91년 US마스터즈 우승이 골프의 정점이었던 우즈넘은 그 후 슬럼프기미를
보였다.

95년은 최악의 시즌.

유러피언투어 상금랭킹에서는 65위까지 밀려 났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부터 치츰 회복세를 보이며 4승을 올렸었고 콜린 몽고메리
에 이어 상금랭킹 2위로 복귀했다.

그는 올들어 완전히 슬럼프에서 탈피, 현재는 상금랭킹 1위에 라이더컵
순위에서도 1위에 올라 라이더컵 출전이 사실상 확정됐다.

프로들은 그들만의 대회인 프로선수권 우승을 내심 "최고로 친다"는 점에서
그의 이번 유럽PGA 우승은 스스로를 상당히 고무시킨 눈치이다.


<> 메이저에서 다시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타이거 우즈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극히 긍정적이다.

골프는 "우승할 수 있는 시기"가 있는데 지금이 바로 내 골프의 상승세이다.

우즈는 우즈의 골프를 치는 것이고 나는 내 골프를 치는 것이다.

대단한 선수임에는 틀림없지만 특히 브리티시오픈만은 나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 스윙얘기를 해 보자.

당신은 5피트 4인치(약 164cm)의 단신이다.

키 작은 골퍼로서의 스윙을 스스로 어떻게 분석하는가.

"농담으로 듣지 말라.

키가 작으면 볼과 더 가깝기 때문에 좋은 것 아닌가.

골프의 기본은 언제나 같은 법이고 그 기본중 하나가 "가까운 것은 언제나
유리하다"이다.

난 내 키가 작아 불리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밸런스측면에서도 작은 골퍼는 한층 안정된 자세를 취할 수 있다.

굿 밸런스를 토대로 단순히 휘두르는 것.

그것이 골프스윙의 전부이다"


그는 43.5인치 길이의 드라이버를 쓴다.

브랜드는 "히포"라고 했다.

샤프트가 길면 당연히 거리는 더 나겠지만 컨트롤과 타이밍이 우선이라는
점에서 45인치등 롱드라이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드라이버 길이는 "개인적 선택"이라는게 그의 관점이다.


<> 사람들은 당신 스윙을 "easy swing"이라고 정의한다.

스윙을 보면 사실 아주 간단하고 빠른 느낌이다.

"빠르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난 언제나 빠르지 않게끔 노력한다.

스윙할때 내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얼라인먼트(정렬)이다.

타깃에 대해 똑바로 서면 방향은 이미 해결된 것과 같다.

거리는 캐디가 알으켜 주는 대로 치는 것 뿐이다.

간단하다는 것은 맞다.

난 복잡한 걸 싫어한다.

최근 만든 내 골프비디오의 제목도 "GOLF IS A SIMPLE GAME"이다.

질문의 속뜻은 "어떻게 간단한 스윙을 하느냐"였다.

그러나 프로들의 대답이 다 그렇듯 "그만의 기술이나 그만의 느낌"을
풀어내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덧붙여 물었다.


<>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레슨을 한마디 한다면.

"스윙이 볼을 지나면서(through) 피니시에 이르면 스트로크에 일관성이
생긴다.

그걸 단련해야 한다.

그 점과 함께 볼과 눈의 접촉만 잘 유지하면 된다.

그러나 핵심은 자신에게 가장 편안한 스윙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편안한 스윙이란 "단순함을 유지하는 것"이다.

처음 얘기한 한두가지 기본만 지킬 수 있으면 누구나 단순한 스윙을 할 수
있다"


<> 지난해 조니워커클래식때 한국에 와 본적은 있지만 본격 4라운드대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생소한 코스에서는 어떤 전략으로 플레이 하는가.

"새로운 코스에는 도전의 즐거움이 있다.

"숙제"는 캐디가 모두 해 준다"


그가 말하는 "숙제"에 대해 캐디는 다음과 같이 풀이했다.

첫째는 거리 측정.

캐디는 사전에 온갖 지점에서의 거리를 파악해 둬야 하고 선수는 캐디가
말한 거리를 전적으로 믿고 스윙할 뿐이다.

둘째는 게임관리.

그것은 언제나 "선수자신의 골프"를 유지시키는 것이다.

"선수 자신의 게임 유지"란 선수본인이 자신도 모르게 코스형태에 따라
스윙이 변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뜻.

또 기회다 싶으면 공격적으로 치게 하고 아니면 "스마트 플레이"를 권장
하는등 관리시켜야 한다.

세번째는 그린 스피드와 굴곡 분석이다.

한마디로 "모든 정보의 섭취"가 캐디의 숙제.

선수는 그 정보를 토대로 버튼만 누르는 격이다.


<> 개인적 기록은 어떤가.

"공식대회 4라운드 최저타수는 90년 몬테카를로 오픈에서의 18언더파
258타(파70코스)이다.

18홀 최저타수는 한 친선경기에서 59타를 친 적이 있는데 그 시기가 바로
91년 미마스터즈에서 우승하기 직전이었다.

홀인원은 11번쯤 한 것 같다"


이 대목은 다소 의미가 있다.

주요대회의 우승은 "상승세를 타는 시기"에 나타나게 마련으로 그는
59타를 친 직후 첫 메이저를 쟁취한 셈.

우즈넘 골프가 금년들어, 특히 요즘 "뜨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현대마스터즈에서도 선전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 우승경쟁에는 항상 압박감이 있다.

91년 미매스터즈 최종일 최종18번홀에서 당신이 1.5m 내리막 우승퍼팅을
할 때만큼 골프의 압박감을 상징하는 것도 없다.

당신은 그같은 중압감을 어떻게 이겨 내는가.

"프레셔(pressure)는 플레이가 잘 될 때 다가온다.

플레이가 안되면 프레셔조차 없다.

프레셔가 몰려오면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 밖에는다른 방법이 없다.

오거스타에서의 우승퍼팅을 앞두고 난 다음과 같이 생각했었다.

"이 퍼팅은 애 골프인생 내내 숱하게 연습해 온 퍼팅이다. 지금도 연습했던
대로만 퍼팅하면 된다"였다.

슬럼프 극복도 다를 게 없다.

오로지 "Back To Basic"이다"


<> 닉 팔도와 콜린 몽고메리등 유럽의 톱프로들은 차츰 미 투어로 건너가고
있다.

미 투어에 합류할 계획은 없는가.

"아직은 없다.

내 가족은 유럽에 있고 내가 골프를 쳐 왔던 곳도 유럽이다.

솔직히 미 투어의 수준이나 대회규모등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현재대로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플레이하는 것이 아직은 옳다고 판단한다"


<> 당신은 장타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평균 드라이브 거리는 얼마인가.

"2백75에서 280야드이다"


여기서 독자들은 오해 말기 바란다.

그들이 말하는 평균 드라이브 거리는 아이언 티샷등을 감안한 거리로
봐야 한다.

단지 거리만을 추구하면 그 역시 "300야드 플러스"가 가능할 것이다.


<> 프로골퍼가 안 됐으면 어떤 직업을 가졌겠는가.

"단연코 농부가 됐을 것이다.

나는 인생도 "심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농사만큼 정직한 것이 또 어디
있는가.

시골의 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도 요인이다"


<> 골퍼로서 생애 가장 기뻤을 때는.

"87년 라이더컵에서 미국을 물리쳤을 때와 91년 미마스터즈에서 우승했을
때이다.

마스터즈때의 우승 감격은 우승해 본 프로만이 안다.

그건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마스터즈는 세계최고의 대회이자 내 골프인생에서 가장 크게 나를 고무시킨
대회이다"


<> 마지막으로 묘할 수도 있는 질문이다.

당신은 이미 상당한 금액의 출전료까지 받았을테고 또 지난주 우승의
안도감등 측면에서 이번 현대마스터즈에서의 플레이가 미지수라는 시각도
있다.

"프로들은 어떤 대회건 우승만이 목적이다.

질문에 나타난 요소가 플레이에 영향을 미친다면 난 어느대회에서도 우승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행동이나 표정에는 세계 톱프로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최고 의식"이
드러나지 않아 좋았다.

외모에서 풍기는 "순박한 이미지" 그대로가 "우즈넘"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객관적 위치는 역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프로골퍼중 한명.

우즈넘보다는 그의 매니저나 캐디, 그리고 그를 섭외한 IMG사 인사들이
더 그의 "피곤함"을 걱정하며 주위를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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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 1958년 3월2일 영국 잉글랜드지방의 세인트 마틴스에서 출생.
그의 부모는 모두 웨일즈 출신으로 우즈넘 역시 웨일즈 출신으로 분류.

<> 유년시절부터 골프를 치기 시작해 18세때인 1976년 프로로 전향.

<> 82년 스위스오픈에서의 첫승을 올리며 "작은 거인"의 출현을 선포.

<> 87년 유럽투어 5승과 함께 첫 상금왕 등극.

<> 91년 드디어 US마스터즈에서 우승, 첫 메이저타이틀을 획득.(33세)

<> 그후 허리부상으로 부진했다가 지난해부터 회복세로 돌아서 4승과 함께
유럽상금랭킹 2위로 복귀.

<> 26일 끝난 97볼보PGA선수권 우승으로 통산 41승째 기록. 올 시즌
유러피언투어 상금랭킹 1위이며 유러피언투어에서만 총 5백만 파운드(약
73억원)이상의 통산상금 획득.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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