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을 보라(Look East)"

이것은 말레이시아의 경제개발을 위해 마하티르 총리가 내걸었던
캐치프레이즈다.

일본의 경제번영을 배우고, 한국의 새마을정신과 한강의 기적을 배워
말레이시아를 발전된 나라로 이끌어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지난해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콸라룸푸르에 들렀다.

우리나라 대사관에 근무하는 분과 저녁식사를 함께하는 도중에
말레이시아에서는 요즈음 "왼쪽눈을 가리고 동쪽을 보라"고 말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데모와 부실의 나라-끝없는 노사분규, 학생데모와 화염병, 각종 부실공사,
부정부패, 무질서 등등.

더 이상 한국에서는 배울 것이 없기 때문에 한국은 보지말고 일본만
보자는 것이다.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생각해 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우리경제를 떠받쳐 온 수출이 부진하고 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있는
마당에 온 나라가 과거에 얽매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60년대초 세계 어느나라도 가난한 한국에 경제개발자금을 빌려주지 않아
대학졸업자들로 구성된 광부와 간호사를 서독에 파견해 그 임금을 담보로
차관을 얻어 오늘의 경제발전의 초석을 마련했던 그 때를 돌이켜 보자.

이제 누구를 탓하고 있을 여유도 없다.

남을 탓하기 전에 지금 내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바로 실천해
나가자.

냉엄한 국제 경쟁시대에 우물안의 개구리처럼 좁은 소견으로 아웅다웅하고
있다가는 후손들과 세계인들로부터 손가락질 받는 세대가 될는지도 모른다.

우리에게는 5천년 역사상 온갖 어려움을 극복해낸 위대한 국민정신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중 하나였던 이 나라를 오늘날 국민소득
1만달러의 나라로 발전시킨 우리가 아닌가.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는 21세기에는 통일국가로서 당당히 선진국과
어깨를 겨룰 수 있도록 이 위대한 국민정신이 다시한번 더 결집되어
불타오르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