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퇴직에는 무풍지대가 없는가"

금융시장 개방으로 빅뱅을 눈앞에 둔 금융계가 명예퇴직으로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금융시장 개방에 따라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다 대기업의
잇단 부도로 부실여신을 대거 떠안은 금융계가 자구책마련 차원에서 명예퇴직
바람에 휘말리고 있는 것이다.

조흥은행은 올들어서만 2백83명을 명예퇴직시켰다.

한일은행도 1백76명을 명예퇴직 시켜야 했다.

국민은행은 최근 3천여명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실시, 신청한 5백41명
전원을 퇴직시키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특수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들어 기업은행이 1백15명을, 수출입은행은 38명을 각각 명예퇴직으로
감원했다.

이에 앞서 작년말에는 제일은행이 3백3명, 상업은행이 99명을 명예퇴직으로
인원을 정리했다.

최근 재경원이 입법예고한 여신전문금융업법 역시 은행계열 자회사들에게
명예퇴직 바람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리스 신용카드 할부금융 신기술금융을 한곳에 할수 있도록 관계법을 통합
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이법이 시행되면
시장경쟁이 치열해질 것이 불보듯 뻔해 관계사간 통합을 위한 움직임이
올 하반기부터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리스 신용카드 할부금융 등 1~2개 여신전문금융업에 진출하지 않은 은행이
없을 정도로 은행들은 자회사를 많이 두고 있다.

특히 은행의 자회사는 은행 임원의 퇴출창구로 활용돼온 점도 없지 않았다.

회사규모에 비해 부사장이 여러명 있는등 임원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따라서 은행 자회사간 통합은 심각한 퇴직문제를 야기할 전망이다.

대기업 계열의 여신금융회사들이 합병을 적극 추진하는 반면 금융계열이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은행권뿐 아니라 증권사도 오래전부터 명예퇴직 바람에 휩쓸리고 있다.

대우증권 등 국내34개 증권사의 작년 퇴직자는 3천4백여명으로 전년보다
30% 증가했다.

입사자는 2천6백68명으로 전년보다 10.3% 줄었다.

나가는 인력은 늘어나는데 들어오는 인력은 줄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퇴직자중 명퇴자는 95년의 34명에서 지난해에는 3배 가까운 91명으로
불어났다.

지난 한햇동안 대우증권 25명, LG증권 24명, 보람증권 15명, 한화증권 15명,
조흥증권 14명, 부국증권 12명의 명예퇴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의 명퇴자 가운데는 임원과 평사원 보다는 부차장및 과장 등 허리급
직원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95년말에 비해 부장의 경우 5명에서 22명, 차장이 13명에서 28명, 과장.
대리가 16명에서 41명으로 명퇴자가 늘어난 반면 임원과 평사원은 없었다.

경기불황에 따른 증시침체가 계속 이어지면서 증권업계의 명퇴바람은
올들어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동양증권은 지난 3월 1백80명의 명예퇴직 신청자를 심사해 1백60여명을
퇴직시켰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