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재 < 서울대 교수 >

오늘날과 같은 산업사회에서는 퇴직전에는 근로소득(봉급)으로 생활을
유지하다가 퇴직후에는 바로 사회보장제도에 의하여 퇴직생활(노후생활)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사회보장의 일반적인 원칙이다.

선진국에서는 정년퇴직하면 노인이 된다고 생각하고 노후생활을 위해 국
가가 보장해주는 사회보장은 공적노령연금(이하 공적연금으로 부르겠음)과
공적부조(또는 사회부조)로 해주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1백여년전부터 국가에서 시행하는 공적연금(국가가 주체가
되어 시행하는 사회보험)제도가 생기기 시작하여 65세에 퇴직하면 그때부터
사망시까지 연금을 지급하여 노후생활을 경제적으로 보장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1988년부터 국민연금이라는 이름으로 일반 근로자를 대상
으로 하는 공적연금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2008년 퇴직하는 사람이라야
정상적인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있다.

공적연금은 국가에서 시행하는 강제적 보험이기 때문에 고정적인 근로
수입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입을 해야 한다.

공적연금을 받으려면 최소한의 기간동안 연금보험에 가입했어야 하고
일정한 연령(대개는 65세)이 되어야 한다.

연금액이 가입기간 및 봉급액과,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여튼 가입
기간이 길수록, 그리고 봉급액이 많을수록 연금액도 많아지는 것이 일반적
이다.

65세의 정년에 퇴직하면 정상노령연금을 받게 되지만 불가피한 사정으로
65세가 되기 3~5년 전에 퇴직하여도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의 경우는 최소한의 가입기간이 10년이 되어야 하고 62세가 되면 정상
노령연금이 아닌 감액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다(우리나라에서는 최소 15년
이상 가입하고 55세부터 가능).

그런데 정상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보다 5~3년 일찍 퇴직하여
연금을 받는 경우 연금액은 정상노령연금으로 받는 경우보다는 5~20% 정도
더 적게 된다.

공적연금이 퇴직후 생활보장의 근간이 되고 있는 선진국에서는 정상노령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보다 일찍 퇴직하면 연금액이 낮아져 손해를 보게
되므로 조기퇴직이나 명예퇴직하는 경우는 드물다.

명예퇴직은 현재 우리나라에서와 같이 공적노령연금에 의해 퇴직후 생활
보장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퇴직금제도에 의해 생활보장이 이루어지는
경우에 가능한 것이다.

퇴직금제도는 국가에서 공적으로 보장해주는 제도라기 보다는 사용자
(고용주)가 사적으로 보장해주는 것이므로 그 보장의 의미가 약하다.

공적연금이든 퇴직금이든 일시금으로 지급하면 개인적으로 관리하는데
위험이 따르게 된다.

선진국의 공적 노령연금은 일시금을 주지 않고 사망시까지 매월 일정액을
지급하고 물가상승과 연계시켜 지급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렇게 하는 것은
개인적인 관리의 비효율성이나 실패의 위험을 제거하고 계속적으로 안정된
수입을 확보해주기 위한 것이다.

선진국에서 퇴직후 노령기의 주된 경제적 보장책은 공적연금제도인데
실제 연금액은 노후의 최저생활(단순한 생계유지가 아니라 건강하고 문화
적인 생활)유지에 필요한 정도가 되지 않는 경우도 상당히 많고, 노후에
여유있는 생활을 할 수 있는 정도에 못미치는 경우는 더욱 많다.

외국의 경우 특히 미국의 경우를 예로 들면 퇴직전의 생활과 비슷한
생활을 유지하려면 적어도 퇴직후의 수입이 퇴직전 수입의 65~70%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공적노령연금만이 유일한 소득원이 되고 있는 사람의 경우
연금액이 퇴직전 수입의 40~50%정도밖에 되지 않아 여유있는 생활을 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대단히 많다.

미국이외 선진국에서도 75%를 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사회보장의 기본적 목표는 노후의 최저한도의 생활보장이므로 공적연금
만에 의한 수입이 최저생활 유지수준에도 못미치는 경우는 연금액수와
최저생활비 액수의 차이를 국가에서 보조해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를 공적부조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공적부조(생활보호법에 의해 시행되고 있음)제도가 있지만
그 목표수준은 최저생활의 보장이 아니라 식생활 중심의 최저생계보장에
그치고 있고 그 생계비 보조 수준도 실제 생계비의 70~80%정도에도 못미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공적노령연금에만 의존하면 퇴직후 최저생활수준은 유지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여유있는 생활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기업연금
이나 개인 재산소득(주식저축 등)도 같이 고려해서 준비하고 있다.

공적노령연금만으로는 최저생활 유지수준 이상을 보장받는 것이 어려우므로
선진국의 사기업체나 국가기관에서는 별도의 기업연금(직업연금)을 실시하고
있는데 몇몇 국가에서는 강제적으로 근로자를 기업연금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는 기업이 사용자를 위한 부가급여 혜택의 일환으로
자발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이 경우도 근로자에게 이익이 되므로 거의
가입함) 미국과 영국의 경우는 기업 근로자의 50~60%정도가 기업연금의
혜택을 받고 있다.

그리고 국가에서는 금융기관에 권장하여 개인적으로 노후를 위해 저축할
수 있는 개인퇴직연금구좌제도를 만들어 개별적으로 저축하게 하면서 세제
혜택을 주고 있는 나라도 많다.

미국의 한 통계에 의하면 65세 이상 노인의 평균총수입중에 공적연금에
의한 수입은 35%, 자산수입은 24%, 기업연금 수입은 16%, 근로수입은 22%,
기타가 5%로 되어 있다.

이 통계는 평균적인 것이므로 모든 개인의 노후소득원이 여러가지가
된다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퇴직후의 생활보장은 국가에서 공적연금으로 최저한의 생활보장을
해주고 공적연금으로 부족하면 공적부조로 모자라는 부분을 메워 주어 사회
보장의 1차적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그러나 공적연금만으로는 초저한도의 생활유지이상을 보장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보다 여유있고 안정적이며 자유로운 노후생활을 위해 기업
연금 개인저축 등으로 보완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