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삼립식품이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를 신청한데 이어 대농도
부도방지협약의 적용대상이 됐다.

물론 한보 우성 삼미 진로처럼 30대그룹에 드는 기업군은 아니기
때문에 협력기업들이나 거래기업의 연쇄부도 우려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불황이 계속되는 한 다른 기업그룹들도 잇따라 쓰러질 가능성이
커 매우 걱정스럽다.

날마다 40개정도의 중소기업들이 도산하는 불경기속에서 삼립식품이
부도를 냈다고 새삼스럽게 호들갑을 떠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인지 모른다.

큰 일이나 작은 일이나 잘못된 것은 다 정부탓으로만 돌리는 타성에
대해서는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삼립식품의 경우 건실한 기업으로 소문이 나있었지만 이 역시 과도한
확장이 오늘의 불행을 불렀다고 할수 있다.

계열 기업들을 무리하게 만들어서 뒤치다꺼리를 하다가 30억원짜리
어음조차 막지 못한 것이다.

지금 30대 기업들중에서 96회계연도에 적자를 낸 데가 13개나 되며
자기자본비율이 30%를 넘는 곳이 둘내지 셋에 불과하며, 심지어는
고작 2.8%짜리까지 있다고 한다.

너무 허약한 재무구조라고 하지 않을수 없다.

허약한 재무구조를 가진 기업들도 경기가 좋을 때는 견딜수 있다.

하지만 경기가 곤두박질 칠때는 견디기 어렵다는 것은 뻔한 상식이다.

장사는 잘될 때도 안될 때도 있는 법.잘될 때에 안될 때를 대비하는
신중한 자세를 취해야 하거늘, 항상 잘 될 때만 있는줄 알고 마구 확장에
확장을 거듭하는 경영자세가 결국 무덤을 판 꼴이다.

지금 삼립식품을 법정관리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때문에 관계당국이
골치를 앓고 있다.

삼립식품 법정관리문제는 2천억원이나 되는 채무상환문제가 걸려있다.

1억원만 있어도 살릴수 있는 중소기업은 눈앞에서 죽어가도 본체만체
하면서 덩치가 큰 기업에는 2천억원이라는 거금을 쏟아부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논란이 많을수 밖에 없다.

하지만 삼립식품의 부도를 방치하면 그와 관련이 있는 기업들이
떼죽음을 당할 것이니 못본체 할수도 없다.

하지만 덩치가 큰 기업들을 살리는 데는 자금을 대주면서 하이테크
산업등 벤처자금을 못댄다면 문제가 아닐수 없다.

따라서 통화량을 늘리는 문제가 나오는 것은 자연스런 수순이다.

이는 금리인하문제와 인플레문제로 이어진다.

그러나 돈을 풀면 금리는 내려가겠지만 돈을 푸는만큼 실물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임금이 오르고 환율도 따라 올라서 금리가 다시 오르는 악순환이
생길수 있다.

돈을 섣불리 풀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한국은 저축률이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나라이니까 금리는
가장 낮은 나라가 돼야만 이론적으로 타당하다.

하지만 실제금리는 세계 최고인 이유가 무엇일까.

저축(자금공급)이 가장 많은 한국은 금리가 가장 싼 나라가 돼야만
할터인데도 금리가 가장 비싼 나라가 된것은 돈을 빌려달라는 자금수요가
엄청나게 많은 까닭이라고 간추릴 수 있다.

지금 한창 야단맞고 있는 한보(한보)의 5조9천억원 대출문제만 해도
그렇다.

다른 나라에선 코렉스공법(공법)이란 실험실에서만 성공한 것이어서
기업이 실용하기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고 아예 돈을 빌려 달라는
말조차 꺼낼 수 없는 것인데도 대출이 나갔다는데 문제가 있다.

지금 한창 법석을 떨고 있는 몇몇 재벌에 대한 구제자금 문제도
애초 대출(자금)수요자가 될수 없는 대상인데도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의
신용평가력자체에 문제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대출은 뇌물공세와 권력의 압력이 횡행하는 나라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한보사건의 파장은 엄청난 것이어서 김현철씨의 비리의혹으로 번졌을뿐만
아니라 92대선자금 의혹과 정치자금의 축소를 겨냥하는 법개정문제까지
매듭짓지 않을수 없는 정세에 이르렀다.

비가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격언처럼 전화위복의 전기가 되어서
그러한 자금수요는 뿌리가 말끔히 뽑혀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또 한국이 최고 금리국이 된데는 외국서는 자금수요 유발요인이 아닌것도
한국에선 어엿한 자금수요 요인으로 행세하고 있다는데만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다.

통화당국의 통화량에만 매달려있는 경직된 기본자세에도 원인이 있다.

통화량이 늘면 물가도 오른다는 이론이 맞는 것이지만 한국경제도
성숙단계에 접어들어서 장바구니 물가만 잡으면 돈을 절도있게 푸는한
물가는 잡혀지는데까지 와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한국이 최고금리국의 불명예를 벗으려면 외국돈이 자유롭게
들어올수 있는 환경을 하루빨리 조성해야 한다.

그러자면 외환관리법 개정도 서둘러야만 하겠다.

환율을 안정시킬수 있는 기법의 습득과 훈련도 시급한 과제인데 이것도
신중한 검토만 거듭하다가는 죽도 밥도 안될 것이어서 이제는 금개위
(금융개혁위원회)의 금융빅뱅작업과 함께 말잔치는 그만두어야만 한다.

최고 금리국의 불명예를 씻는 종합정책을 행동으로 하루빨리 옮길것을
촉구하지 않을수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