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싸 으싸 나가자 LG, 야".

LG전자 창원2공장의 새벽은 근로자들의 힘찬 구호로 시작된다.

냉기OBU(사업부)의 2라인도 예외가 아니다.

작업자들이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라인에 서는 시간은 정확히 오전
7시 40분.

조장을 중심으로 라인에 투입되는 조원들이 빙 둘러선다.

전날 오후 작업시간중에 발생했던 불량에 대한 전체 조원들의 원인분석과
토론이 시작된다.

창원 공장의 전통이자 자랑이기도한 "점호 반성회"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불량은 그때 그때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최고지요.

오전작업의 불량은 오후작업 들어가기 직전에, 오후작업은 다음날
오전작업 시작전에 원인을 체크합니다"(냉장고 OBU 유호식 계장).

백색가전을 생산하는 창원 2공장의 혁신은 이처럼 라인에서 시작한다.

라인은 언제나 개선의 출발점이다.

이곳에서 불황의 그림자를 찾아보기 힘든 가장 큰 이유다.

창원공장의 이익신장률은 매출 성장률에 비해 두배 이상 높다.

라인에서 이루어진 혁신으로 채산성이 크게 높아진 때문이다.

각 사업부의 외형은 침체한 국내경기 여파로 어쩔수없이 정체상태라해도
이익 규모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는 확인된다.

냉장고를 비롯한 밥솥 청소기 전자레인지 등의 가동률은 모두 90%에
육박한다.

내수용외에 수출용까지 생산하려면 정규작업시간 이후 잔업을 해야
할 정도다.

전체적인 가전시장의 분위기와는 딴판이다.

가전시장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채산성도 악화된다지만 창원공장에선
남의 얘기일 뿐이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 그만큼 생산성을 높여야지요.

1달러당 3백원의 환율에서도 경쟁력을 갖추자는 게 창원공장의 모토입니다"


도진호 리빙시스템 경영기획담당상무의 얼굴에선 자신감이 넘쳐흐른다.

그 구체적인 방법론이 바로 올해 초 2단계 혁신운동에 접어든 "3 BY 3"
전략.

3년간 생산성을 3배 높인다는 내용이다.

"3 BY 3"전략을 처음 시도할 땐 모두가 "꿈"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공장장에서부터 라인의 말단 근로자들까지 모두가 할 수 있다는 신념에
차 있다.

개발초기단계에서부터 판매를 염두에 둔 VIC21 개발전략, 공장 라인의
생산성혁신운동인 FI-10, 협력업체와의 동반 품질관리.

"3 BY 3"의 구체적인 실천지침은 즉각적으로 현장에 적용됐다.

그 결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냉기사업부의 경우 전체 컨베이어벨트의 길이가 당초 4백50m에서
3백m로 줄어들었다.

필요없는 공정 7백여개를 없애버린 때문이다.

반면 생산능력은 1일 기준 1천대에서 1천5백대로 늘어났다.

공간은 최대한 활용하되, 생산성은 높아졌다.

라인에 투입되는 근로자도 당초 1천여명에서 7백50명으로 줄일 수 있었다.

자연히 1인당 생산액은 늘어났다.

1억원에서 무려 3억5천만원으로.

"꿈"같이 느껴졌다고 생산성 3배가 오히려 초과 달성된 것이다.

조리기기라인에선 미래형 생산방식인 "셀"을 도입했다.

컨베이어를 아예 없애는 대신 다품종 소량생산체제에 걸맞는 작업방식이
시도된 것.

작업자의 다능공화는 물론 생산성도 높아졌다.

1인당 밥솥 생산대수는 시간당 2.6대에서 5.2대로 꼭 두배 늘어났다.

셀라인의 반성회는 라인스톱 개념을 도입한 초단위다.

불량발생 즉시 라인을 세우고 원인을 파악해 대책을 마련하는 시스템이다.

현장의 혁신이 성공하기위해선 근로자와의 끈끈한 유대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로의 믿음이 생산성 향상의 중요한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이다.

사원가족들을 생산현장에 투입하는 "가족 생산라인" 역시 이같은 취지에서
시작됐다.

청소기라인에서 처음 시도된 이 제도는 이제 연근무인원만 4백여명에
달하며, 냉장고 밥솥 등 거의 전 라인에 적용되고 있다.

홍대봉 인제1팀 과장은 "같이 근무하는 부부는 금슬도 좋아진다"고
자랑한다.

"이제 2단계 혁신에서 성과를 낼 차례입니다.

8천여명의 근로자들은 이미 똘똘 뭉쳐 있습니다".

창원공장 슈퍼A팀장인 김병호 부장은 "고객에게 최상의 품질을 스피디하게
공급할 수만 있다면 근로자들은 뭐든지 해내고야 말겠다는 마음가짐"이라고
분위기를 전한다.

LG전자 창원공장은 지난 80년대후반 극렬한 노사분쟁으로 존테의 위기로
몰린적이 있다.

그러나 97년 오늘, 이 공장은 당연하 불황을 가장 슬기롭게 극복하는
모범현장으로 거듭태어나고 있다.

< 창원 = 이의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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