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잊고지내던 고실업의 우려가 다시 현실로 부각되면서 고용안정
문제가 국가정책의 앞순위로 끌어올려져 최근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음은 주목할만한 변화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임금을 몇% 올리느냐가 노사관계의 핵심 이슈가
돼 왔지만 올해는 임금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고용문제가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고용안정은 이제 노.사.정 모두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20일 "고용안정,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노사관계개혁위원회의 공개토론회는 시의적절했다고 할 수 있다.

노.사.정은 물론 관련학계 연구기관등이 대거 참여한 이 토론회에서는
최근의 고용사정 악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여러 각도에서의 입장개진과
해결방안이 제시됐지만 압축하면 고실업의 장기화를 막기위해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다양한 근무행태의 허용으로 기업체질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라고 하면 언뜻 정리해고를 연상하기 쉽지만 고용의
신축성을 통한 산업구조의 원활한 조정없이는 기업체질이 약화돼
대량실직사태가 발생하고 신규노동력을 흡수하지 못해 "저성장-고실업시대"가
초래된다는 점에서 이번 토론회는 매우 현실적이고도 적절한 결론을
내렸다고 할 수 있다.

최근의 고용사정이 심상치않음은 실업률이 작년 10월의 1.8%에서
5개월동안 지속적으로 상승해 지난 3월에는 3.4%에 이르렀다는 통계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고용분야의 문제는 실업률이 반년도 못돼 두배 가까이 급상승했다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지난 1.4분기중 주18시간미만 단시간근로자의 증가율이 25.1%에 달하고
임시휴직이 26.9%에 이를만큼 불완전취업이 크게 늘어난데다 상용근로자의
감소와는 대조적으로 일용 및 임시직 근로자가 증가해 직업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있음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는 한마디로 고용의 질적 수준이 크게 저하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따라서 우리가 직면한 고용문제는 통계상에 나타난 실업률 급증
이상으로 훨씬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고용불안은 이번 토론회에서도 지적됐듯이 경기가 호저되면
자연히 해결될 일이 아니다.

선진국에서 보듯 실업률은 하방경직성을 지니고 있는데다 우리의
실업증가는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 것이어서 경기가 다소 회복되더라도
고용불안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경제가 중저성장시대로 접어들면 실업이 계속 늘어 유럽국가들처럼
"저성장-고실업"의 패턴으로 굳어질 위험마저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고용안정은 임시변동이나 단기적인 처방으로는 달성될
수 없다.

장기적 안목에서 노동시장과 임금체계를 유연화시켜 기업의 체질,나아가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는 한편 창업을 활성화해 고용흡수력을 키우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요컨데 고용정책기조를 지금까지의 고용보호(employment protection)에서
고용창출(employment creation)로 바꾸는 일이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