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서는 순간이 가장 행복해요"

화려한 조명아래 무대를 누비고 다니는 패션모델.

정상의 모델로 활동하면서 SBSTV 수목드라마 "모델"에서 본업인 모델을
연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슈퍼모델 이선진(24).

촌스럽기 짝이없는 시골학교 농구선수에서 화려한 톱모델로 변신하는
나필순 역을 연기중이다.

이선진은 이 역할을 맡으면서 자신의 이야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손에 꼽는 정상급 패션모델이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쉽지만은 않았기
때문.

대구출신의 이선진은 경일여상을 졸업하고 보험회사에서 1년 반동안
직장생활을 한적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1백79cm나 되는 큰키 때문에 컴플렉스가 있던 그는 94년
2월 대구 "모델라인"에 등록해 모델생활을 시작했다.

탁월한 신체조건(35-24-36)덕인지 모델로 두각을 나타내 하루에도 몇차례
서울과 대구를 오가는 힘든 생활을 했다.

그러던 중 94년 슈퍼엘리트 모델 선발대회에서 2위를 차지하고 세계대회에
출전해서는 국내 모델로는 유일하게 본선에 올라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 패션모델외에 탤런트로 케이블 GTV "패션1번가" MC로도 활약중이지만
"자신의 직업은 패션모델"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방송출연으로 잠시 외도를 하고 있지만 지난 5~7일 SFAA 패션쇼, 13일에
있었던 부산 앙드레김 패션쇼 등에서는 고향에 돌아온 기분으로 행복해하며
무대에 올랐다.

"예전에는 키도 크고 무조건 예뻐야 했지만 요즘은 개성을 더욱 중요시해요"

이선진도 이쁘장한 외모는 아니지만 개성있고 시원시원해 보이는 마스크가
매력적이다.

"무대뒤로 가면 아수라장이에요.

옷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정신없죠.

여유있게 걷는 것은 무대위에서 뿐이죠"

그는 "무대위의 화려함 때문에 모델이란 직업을 선택했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며 화려한 만큼이나 힘든 것이 이 직업이라고.

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신체조건이 탁월해야 한다.

여자는 1백75cm이상, 남자는 1백85cm이상은 돼야 경쟁력이 있다.

남에게 보여지는 직업이라 몸매와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을수 없다.

"아침 7시정도에 일어나 하루종일 바삐 뛰어다니느라 살찔 틈이 없죠.

힘들지만 보람있는 일입니다"

이선진은 살이 잘 찌는 체질이라 저녁을 먹지 않지만 아침은 꼭 챙겨먹는다.

그외에 헬스나 에어로빅으로 몸매를 관리한다.

그는 "신체조건이 갖춰진다면 한번 해볼만한 직업"이라며 특히 여성에게
권하고 싶은 직업이라고.

그가 좋아하는 모델은 국내모델중 민윤경, 해외모델중에서는 나오미 켐벨.

패션모델은 디자이너가 창작한 의상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관객이나 소비자
에게 디자인 이미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체격이 서구화되고 개성있는 외모가 주목받으면서 더이상 한정된
소수만의 직업이 아니다.

패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사랑을 전제로 철저한 프로정신을 가지고
끊임없이 자기를 관리해야 훌륭한 모델이 될수 있다.

단순한 호기심이나 인기직업이라는 생각만으로 시작하면 성공할수 없다.

< 양준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