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하는 까닭은 덥지도 않아 가족들끼리 나들이
가기에 안성마춤인 날씨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식구들이 함께 모여 서로의 애정을 나누고 가족공동체로서의 관계를
보다 돈독히 하는 날들이 그중에 있기때문일 것이다.

사실 오월이 되면 높고 푸른 하늘과 새파란 잔디를 배경으로 티없이
뛰고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더없이 사랑스럽고 가슴에 카네이션을 곱게
꽂은 이땅의 어머니,아버지의 미소 또한 그 어느때보다 넉넉하고 흡족해
보인다.

그렇게 온통 세상이 부모님의 사랑, 자식의 보은으로 가득한 이 즈음에
필자가 접한 이제는 이 땅에서 아주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한 아름다운
이야기는 오월을 보다 오월답고 보다 가슴저리게 한다.

바로 현대판 시묘.

시묘란 지난날 부모의 거상중에 그 무덤옆에 막을 짓고 3년을 지내던 일을
말하는 것으로 이는 아이가 처음 태어나 스스로 먹고 걷기까지, 그러니까
인간으로서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활동을 할수있는 시기가 3살부터라고 볼때
그때까지 키워주신 부모님의 은혜를 돌아가시고 나서 조금이나마 갚기위해
3년을 모시는 것을 말한다.

또 하나인간이 땅에 묻혀서 살이 다 썩어 흙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약3년의
시간이 필요하기때문에 부모님의 시신을 산짐승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3년간
지킨다는 뜻도 가지고 있는데 충북 제천에 박모씨라는 한 효자가 어머님이
돌아가신후 지금까지 약1년여동안 시묘를 드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불과 얼마전 나이드신 노모를 산중의 텐트에 홀로 버리고 내려온 현대판
고려장의 보도로 영 불편했던 심사를 시원하게 씻어내주는 이 미담을 접하고
이 세상은 그래도 살만하다고 앞으로도 이 땅은 매우 희망적이라고
단언한다면 너무 성급한 결론일까?

하루 5번 메를 올리며 낮은 소리로 곡을 하는것 이외에는 별다른 말도
않고 눈이오거나 비가 오거나 어머님 산소앞에서 예를 올리는 효자 박씨의
헤진 상복이 그 어떤 옷보다도 아름답고 일년여 세월속에 덥수룩히 자란
그의 머리와 수염이 더욱 위대해 보이는것은 그속에 진실된 효가 있기때문일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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