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웅씨의 가족들은 어떤 사람들이고 누구누구가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나는 혼자 살아요. 어머니는 어려서 돌아가시고 할아버지가 키우셨어요.
그런데 할아버지도 돌아가셨어요"

"아버지는요? 나는 어머니보다 아버지와 더 가까운 관계인걸"

"친어머니가 아닌가요?"

"아뇨, 친어머니예요. 그런데 나에게 더 영향을 끼치고 있는 분이
아버지세요. 내가 또 사랑해마지 않는 최고의 남성이구요"

"아버지나 어머니의 존재가 가끔 그립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참견을
안 해주니까 다행스러운 적도 있어요"

그는 쓸쓸하게 말하면서 그녀의 야위어서 파란 힘줄이 보이는 손을
으스러지게 쥔다.

"사업을 다시 일으킬 수 없게 돼 있습니까? 나도 이제는 골프만
가르치는 것보다 무슨 사업을 배우고 싶어요"

"그래요. 그이하고 깨끗이 갈라선 다음에 같이 무엇인가 시작해봐요.
나는 섹스는 잘 못하지만 사업에는 아주 강해요. 나의 아버지는 S견직의
김치수 회장이에요"

"아 그러세요. 몰라봬서 미안합니다. 이혼을 반대하시지는 않으십니까?"

그는 그것이 걱정스럽다.

"그이를 아버지는 싫어하셨어요. 너무 기회주의적이고 계산에만 촉각을
돋우고 사는 장돌뱅이같은 사람이니까요. 눈가리고 아옹하는 짓을 하고
있으면서 끝까지 돈때문에 나에게서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그렇구요"

"몇년 연하인가요?"

"5년요"

"나는 연하의 남편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연하의 애인으로 남고 싶어요.
사랑합니다, 영원히"

그는 그녀의 어마어마한 배경에 매혹된다.

그는 항상 배경이란 없이 살아왔으므로 배경이 있는 여자야말로 그가
선망하는 조건 좋은 여자이다.

나의 거포가 매일 팍팍 폭발해주는 동안 여자들은 나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그는 더욱 그녀의 손을 으스러지게 잡는다.

그녀는 그의 푸른 수염이 난 뺨을 감각적인 입술로 따뜻하게 터치한다.

그러자 지영웅도 성적인 동작이 아니라 사랑을 가득 담은 행동으로
맞선다.

그녀야말로 그에게 행운을 안겨줄 수 있다.

엄청난 복권이다.

그는 복권이 그에게도 드디어 터져줬다고, 그것을 결코 놓치지 않겠다고
안간힘을 쓴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나에게 이렇게 아름답고 신선한 천사를 주시니 잘
모시고 백년해로를 하겠습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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