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아만든, 갈아부순, 갈아넣은, 갈아먹는, 갈아서 넣은, 삭삭갈은,
곱게갈은, 갈아마시는..."

어느게 어느 것인지 모를 만큼 혼동되는 배음료의 이름들이다.

실제로 최근 인기속에서 팔리고 있는 제품들이다.

배음료의 이름들이 말해주듯 요즘 음료업계에서는 "미투 (Me-Too)"
전략이 유행이다.

좋게는 벤치마킹 또는 모방전략일수도 있다.

다른 시각에서보면 "베끼기"라는 혹평도 들을수 있는 전략이다.

이처럼 미투전략이 전례없이 성행하는 것은 무엇보다 음료회사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청량음료라 하면 콜라 사이다 주스등 손꼽을 정도였으며
제조업체들도 몇군데 되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들어 사정이 달라졌다.

제품의 가짓수도 엄청나게 들어난데다 회사들도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났다.

웬만한 식품회사들은 사업다각화차원에서 음료사업에 뛰어들었다.

기술개발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하고 시장조사에 대한 데이터도 부족해
남들이 잘된다는 품목을 우선 따라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러다 보니 선발회사들이 만들어 놓은 제품 베끼기가 성행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베끼기가 시작된 것은 식혜분야이다.

식혜는 93년 비락이 처음 내놓은 이래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전통음료라는 장르를 구축했다.

95년에는 식혜를 만들어 파는 회사가 60여개사에 달했다.

국내 음료회사들치고 식혜음료를 만들지 않는 회사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제품의 포장과 이름도 비슷했다.

지금은 많은 수가 없어졌거나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제품들이 태반이다.

지난해에는 대추음료에 대한 모방제품들이 많이 나왔다.

웅진식품이 "가을대추"를 내놓은 이래 지금은 33개사가 생산 판매하는
것으로 집계되고있다.

배음료 역시 해태음료의 "갈아만든 배"이후 32개사가 다양한 이름의
배음료를 내놓고있다.

배음료 생산업체가 1~2개에서 30여개로 늘어나는데 불과 2~3개월밖에
걸리지않은 초스피드 미투전략이다.

이들 제품은 대부분 배를 갈아서넣은 과육음료에 캔포장을 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있다.

올들어서 유자음료와 솔음료가 미투전략의 주타깃이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투전략이 시장활성화요인도 있지만 무분별한 제품출하
가격덤핑으로 제품사이클을 단축시키는 부정적인 면도 없지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