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용량이 인기를 창출한다"

어떤 재질의 용기에 어느만큼 담았느냐에 따라 같은 내용물의
음료이면서도 엄청난 변화가 생긴다.

청량음료는 기분으로 마시는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내용물이면서 용기만 달리해 큰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로
식혜를 꼽을 수있다.

비락식혜는 지난 93년 비닐봉지타입의 파우치에 담아 "비락식혜"를
내놓았다.

내용물도 낯선데다 먹기도 불편해 겨우 음식점등에서 손님들에게
제공할 후식용으로나 팔릴 정도였다.

맛이 괜찮다는 평가가 조금씩 나오자 비락은 이것을 캔에 담아보았다.

일반 소매장에도 내놓았다.

물론 내용물은 파우치와 같은 식혜였다.

결과는 비락 스스로도 깜짝 놀랄만큼의 빅히트의 결과를 가져왔다.

지난해 대웅제약이 선보인 스포츠음료 "에너비트"도 포장을 잘해 빛본
음료다.

포카리스웨트 게토레이등 강자가 버티고있는 스포츠음료시장에 캔형태의
비슷한 제품을 내놔봐야 크게 성공하기는 힘든 상황이었다.

대웅은 전세계적인 패션 디자인업체인 베네통과 제휴한 강점을 살려
돌파구를 용기의 패션에서 찾았다.

비닐봉지에 담아 빨아먹는 타입의 전혀 생소한 파우치용기를 내놓았다.

먹는 재미도 곁들인 것이다.

스포츠음료는 주로 신세대들이 많이 찾는 품목이다.

어쨌든 "튀고자"하는 이들의 호기심 자극전략이 성공해 가파른 매출신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비락식혜가 파우치에서 캔으로, 에너비트는 거꾸로 캔에서 파우치로
용기를 바꿔 성공한 재미있는 사례다.

코카콜라는 1백년이 넘도록 오로지 까만색의 탄산음료 "코카콜라"만
내놓고있다.

그 제품 하나로 전세계 청량음료시장을 제패하고있다.

내용물은 까만 액체 한 종류지만 이제까지 내놓은 용기 포장은 수백
가지였다.

지금 국내에 팔리고있는 용기 용량만도 15가지에 이르고 있다.

유리병 알루미늄캔 플라스틱페트병 등으로 재질이 다른데다 각 용기별로
용량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코카콜라뿐만 아니라 음료회사들의 용기.용량마케팅이 어느때보다
치열하다.

다양한 재질의 용기와 용량은 제조회사들에 보다 더 많은 제조비용,
물류상의 어려움, 관리의 복잡함을 가져다 준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수요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까다로워지고있어 앞으로
용기마케팅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