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수 폭포는 그녀가 옛날에 보던 것 보다 훨씬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들은 일행에서 빠졌었기 때문에 저녁의 밤 폭포 광경을 둘이서만
엔조이하게 되었다.

완전히 힘이 빠진 그들은 폭포가 보이는 호텔의 테라스에 앉아서 술을
마시면서 관람한다.

"걸어가서 저 악마의 숨통을 구경하고 싶어요. 얼마나 장관입니까?"

시치미 뚝 떼고 다시 친척 누나와 동생이 된 그들은 서로 묘한 눈짓을
보내면서 다른 일행들 앞에서 자연스럽게 행동을 한다.

그러나 그들이 갑자기 몹시 지쳐보이자 투어 가이드 민영대가 눈치를
챈다.

그런 손님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입술은 키스를 너무 해서 푸른 장미처럼 퍼렇게 멍이 들었고
김영신은 아주 그로기가 되어 있다.

독한 위스키를 시켜 놓고 김영신은 기력을 회복하려고 애쓰면서
하하거리며 자꾸 웃는다.

그녀에게는 항상 웃는 것 만이 최선이고 만사를 부드럽게 넘어가는
훈련된 사교술이다.

"허니"

사람들이 옆에 없을때 지코치는 대담하게 그녀를 그렇게 부른다.

그러나 김영신은 지코치의 성적 위력앞에 모든 것을 초월하여 항복해
버렸으므로 그가 하는대로 그냥 내버려 둔다.

둔기로 얻어맞은 짐승처럼 이제 그는 이 커다란 야수앞에 엎드려서
기어가라면 길 수도 있는 어여쁘고 순한 노예가 됐다.

중년의 여자들은 성의 폭력적 마력앞에 무너지기 시작하면 어떤
연령층의 여성들보다도 왜소해지고 무참하게 자기를 잃어버린다.

지영웅은 그녀가 쉽게 무너지자 삼손의 위력으로 그녀를 끌어안는다.

그리고 자기에게 순종하도록 기술적으로 유도한다.

"누님, 사실 난 지금 내 자가용을 팔려던 참이었어요"

"아니 왜요?"

"너무 저에게는 부담스러운 차니까요. 그랜저 정도면 되는데 우리
골프장에 오던 손님 한분이 저에게 싸게 팔고 이민을 가셨거든요. 반의
반값으로 재벌 아저씨에게 선물받다시피 얻은 것이지요"

그러면서 그는 단정하고 소박한 사람의 싱그러운 미소를 날린다.

옥같이 하얀 가지런한 이와 감각적인 입모습을 보면서 김영신은 이제
그가 거짓말을 하더라도 믿겠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아직 이렇게 자기를 행복하게 해준 남자가 없었고 잠자리
매너만이 아니라 그의 수려함 앞에 수억을 지불해도 아깝지 않고 그를
자기 것으로 하기 위해서는 어떤 희생도 불사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랑의
장님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돌아가면 내가 내놓은 빌딩을 싸게라도 처분할 거예요. 뭔가 굉장한
인생의 변화를 시도할 의욕이 생겼어요"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