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이 한화종금의 사모전환사채발행을 무효라고 판정한 사실은
한화종금의 경영권다툼및 기업인수.합병(M&A)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최근 경영권탈취를 노린 적대적인 M&A가 활발해지자 경영권 방어수단의
하나로 사모전환사채(CB) 또는 신주인수권부 채권(BW)발행이 많이 이용되기
때문이다.

언듯 보면 서울고법의 이번 판결은 해석에 혼란의 여지가 많아 보인다.

즉 원인행위인 사모전환사채발행이 무효라고 판정하면서도 신주의결권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했고 한편으로는 일부 경영진에 대한 직무집행정지신청을
받아 들였다.

게다가 경영권향방에 대한 결정을 본안 소송의 판결로 미룬 점도 석연치
않다.

일단 형식논리상으로는 신주의결권금지 가처분신청이 기각됨으로써
최종판결때까지 경영권을 유지하게된 한화측의 승리라고 할수 있다.

그러나 사모전환사채발행이 무효라는 판정이 현재 서울지법에 게류중인
본안소송에 영향을 미칠수 있기때문에 2대주주인 박의송 우풍상호신금측이
고무된 것은 사실이다.

결국 재판부는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사모사채발행이 남용되는 것은 막되
한화종금의 경영권향방에는 신중한 입장을 취함으로써 분쟁당사자들의
타협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만일 끝내 타협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최종판결이 확정될때까지 상당기간
지루한 법정공방이 예상되며 한화종금의 경영권이 불안정한 상황도 계속될
것 같다.

이번 판정은 한화종금의 경영권향방은 물론 향후 M&A 동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최근 한화종금 뿐만아니라 미도파의 경우에서도 보듯이 대기업집단의
계열사건 지주회사건 가리지 않고 적대적인 M&A가 시도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때 시장경제의 효율향상및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강화와 같은 M&A의
순기능은 강화하되 경영권불안과 같은 역기능을 최소화하자면 M&A추진과정이
투명해야 한다.

이를 위해 증권당국은 개정된 증권거래법을 통해 25%이상의 지분을
인수하는 경우 반드시 공개매수를 통하도록 규정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렸다.

사모채권발행의 남용방지판정도 같은 취지이며 이밖에도 변칙적인
증여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이 지적된바 있다.

하지만 아직도 투명한 M&A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할 과제가 적지
않다.

한예로 불성실공시에 대한 벌칙강화,5%이상의 지분매입때 공동목적유무에
대한 신속한 조사판정,역회(역외)펀드의 자금출처조사 등을 시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서둘러 마련돼야 하겠다.

자금조달 정보이용 등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M&A는 물론 침체에
빠진 증시의 활성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증권당국은 이번 판정을 계기로 개정된 증권거래법도 복잡하기만
할뿐 문제점개선에 미흡하다는 일부 증시관계자들의 지적을 귀담아 들어야
할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5일자).